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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극한 호우는 우리나라 전역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행정안전부 집계에 따르면 사망 10명, 실종 9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4000여 건의 시설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경남 산청군에서는 하루에만 764mm의 집중 호우가 쏟아지며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재난 상황에서 주목되는 점은 바로 피해 지역과 안전 지역 간의 극명한 대비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준설과 제방 보강이 이루어진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본류 주변은 거의 피해가 없었던 반면,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지류와 지천에서는 범람이 발생하거나 범람 우려가 큰 상황을 보였다. 이는 그간 정치적 논쟁에 휩싸여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4대강 사업의 치수 효과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결과이다.
대전시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172억 원을 들여 시내 3대 하천 24개 공구에 걸쳐 대규모 준설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17일 오후 6시 기준 누적 강우량이 최고 188.6mm에 달했고 시간당 47mm의 물폭탄이 쏟아졌음에도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13년간 환경단체의 반대로 중단되었던 하천 준설사업을 재개한 덕분인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4대강 본류와 달리 정비가 미흡한 지류와 지천에서는 큰 피해가 속출했다. 금강 지천인 당진천과 도당천은 범람했고 한강 지천인 도림천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으며 홍제천에는 범람우려 등급이 매겨졌다. 영산강 지천인 광주천·소태천·석곡천·서방천 등에도 홍수경보와 범람우려 등급이 발령됐다. 이는 4대강 사업의 치수 효과가 본류에 국한되어 있어 지류와 지천의 정비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정권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2014년 박근혜정부 시절 여야 합의로 구성된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는 “4대강 사업 주변 홍수 위험지역의 93.7%에서 위험도가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2018년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홍수 피해 예방 가치는 0원”이라며 전혀 다른 결론을 내놓았다. 같은 사업에 대해 정권이 바뀌자 180도 다른 평가가 나온 것이다. 이는 국가 정책에 대한 평가가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우려되는 것은 ‘4대강 재(再)자연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재명정부가 금강과 영산강 보 해체, 낙동강 등 4대강 보 전면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바닥 준설과 제방 정비, 보 건설로 홍수에 대비하고 수자원을 확보하는 4대강 사업을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가를 재난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위험한 발상이 아닌지 철저히 검토해야 할 일이다.
4대강 사업에 관해서는 여전히 이념적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2002년 태풍 루사로 24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5조여 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4대강 사업 이후에는 그와 같은 대형 홍수 피해를 겪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해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재난 대응은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권의 이념적 성향에 따른 평가가 아니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이번 극한 호우 상황에서 4대강 본류와 미정비 지류 간의 명확한 피해 차이가 드러난 만큼, 이를 토대로 한 실증적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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