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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박남사의 사진전 ‘파티나'(PATINA)’는 특별하다.
본인이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하는 사진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것도 수명이 다해 지상에서 사라질 뻔한 사진을 살려냈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스페이스 중학에서 열리고 있는 ‘파티나’는 가죽의 에이징(노화)을 뜻하는 용어에서 따 온 제목이다. 가죽은 생명을 품었던 특징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면에 느리지만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사진도 오래되면 이런 변화를 겪는다. ‘빛바랜 사진’이라는 관용어가 존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남사 작가의 작품은 세계 최대 규모 사진 아카이브인 미국 의회도서관의 사진 아카이브에서 퇴출된 사진을 작가가 가공한 것들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리적 손상을 입어 보존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것들을 작가의 기지로 살려냈다.
전시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대부분 19세기 것들이다. 작가는 부식되거나 스크래치·균열 등으로 쓸모없게 된 사진들을 크롭(일부를 잘라내는 것)하거나 부식된 초상화 사진의 명암을 반전시키는 식으로 변형을 가했다.
작가의 가공을 통해 사라질 뻔했던 사진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갖게 된다. 아예 아무 손을 대지 않은 사진도 있다. 그 사진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작가적 행위이기도 하다.
“날마다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수억장의 이미지들 앞에서, 사진의 세계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느낀다. 이제 사진가에게는 무엇을 찍을지도 중요하지만, 이미 찍힌 사진들을 성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쓰레기통과 오래된 서랍, 폐기된 아카이브 속에서 버려진 사진들을 뒤진다. 이제 의미 있는 사진은 예술의 중심뿐만 아니라, 그 바깥에서도 기다리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예술품에 절대적인 가치는 없다.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작가다. 박남사는 박상우 서울대 미학과 교수의 작가 활동명이다. 전시는 6월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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