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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올해 0%대 성장률를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통상 갈등과 미국의 고율 관세정책이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건설경기 침체와 내수 회복 지연까지 겹치면서 성장 흐름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발표된 ‘5월 경제전망’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국내 GDP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월 전망(1.5%) 대비 0.7%p 하향된 수치다. 성장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는 강화된 미국 관세정책과 내수 부진이 꼽힌다.
한은은 이번 전망에서 기본 관세 10%, 품목별 25% 관세가 유지되고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해 하반기 중 추가로 10%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보수적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 간 교역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품목별 영향을 보면 자동차는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자동차 품목의 경우 GDP 기준 재화수출에서 -0.8%, 對미수출 실질 기준으로는 -4.0% 감소가 예상된다. 자동차 분야는 對미 수출 비중이 47%에 달하고 고율 관세(25%)가 부과돼 직접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게 진단됐다.
철강은 -0.3% 감소가 전망됐다. 일반기계와 전자제품도 각각 -0.1%에서 -0.2%의 감소가 예측됐다. 반면 석유제품은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 효과로 오히려 +0.1%의 미미한 증가가 예상됐다.
반도체는 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HBM)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견조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면 수출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1분기 국내 GDP는 -0.2%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2분기에는 정치 불확실성 완화 등의 영향으로 반등이 예상되지만 건설경기 침체와 소비 회복 지연으로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재화수출 증가율은 -0.1%로 역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2월 전망(0.9%) 대비 1.0%p 하향된 것이다. 건설투자는 -6.1%로 부진이 장기화될 전망이며, 민간소비는 1.1%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1.9%로 전망됐다. 가공식품과 외식, 대학 등록금 등 일부 서비스 가격 인상 요인과 낮은 수요압력, 국제유가 하락 등의 하방 요인이 상쇄되면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당초 750억달러에서 820억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유가 하락과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상품수지는 846억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취업자 수는 12만명 증가가 전망됐다. 이는 2월 전망(10만명)보다 2만명 증가한 수치다. 정부 일자리 대책 영향으로 공공행정·보건복지 분야 고용이 견조하겠으나, 민간 부문에서는 고용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평가됐다.
내년 성장률은 1.6%로 전망됐다. 이는 기존 전망(1.8%)보다 0.2%p 낮아진 것이다. 내수 중심으로 성장세는 개선되겠지만 통상환경 악화 영향이 지속돼 회복속도도 더딜 것이란 전망이다.
관세정책 시나리오별 성장 전망도 제시됐다. 낙관 시나리오(관세 완화)에서는 올해 GDP가 기본 전망 대비 +0.1%p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비관 시나리오(관세 강도 강화)에서는 올해 -0.1%p, 내년 -0.4%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낙관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1% 성장률 달성은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으며 주요국과의 무역 협상이 빠르게 진전될 경우 상방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통상갈등 장기화 시에는 추가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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