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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야 대립이 정치 위기 이상의 국가 위기까지 초래하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한국 경제에 ‘겨울’이 닥쳐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위기, 북한과 러시아·중국 밀착이 우리에게 미칠 외교·안보 상황이 위중하다. 여기에 미국 발 ‘관세 폭탄’으로 주력 엔진인 수출이 추동력을 잃은 가운데 우리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내수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그 결과 경기침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파를 초월해 국난적 위기를 극복할 여야의 협치와 상생 정치가 절실한 실정이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 없이 존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야 정치인 모두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여야가 민주주의 이념과 가치를 외면한 채 자신들만의 아집으로 대립을 계속한다면 국민의 정치 혐오만 커지고 소중한 우리 시대는 암흑기로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침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선출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첫 대면에서 주간 정례 회동을 약속해 여야 협치 복원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둘러싼 이견이 커 협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공석이 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송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가지고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지는 것이 국회의 오랜 관행”이라며 “법사위원장 부분을 조금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며 민주당에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줄 수 없고 19일 본회의를 열어 원 구성을 마무리하자는 입장이다.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에 한 번 결정하는 것으로 다음 원내대표가 1년 뒤에 결정하는 것이 관행보다 앞서는 원칙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법사위는 모든 법안을 만들거나 고칠 때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길목이다. ‘탄핵 심판권’과 법무부·법제처·감사원 소관 사항과 공수처·헌법재판소 사무 등도 담당한다. 이런 권한을 가진 법사위의 위상은 상·하원 체제를 두고 있는 외국의 경우에 빗대 ‘상원’으로 불리기도 할 정도다.
사실 민주당은 21대 후반기 원 구성 때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맡기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21대 후반기 당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으로 민주당이 야당이 됐으니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원장을 계속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야당이 된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온당하지 않은가.
이처럼 관례를 깬 건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이제 집권 여당이다. 행정부에 이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손에 쥐고 ‘독주’하겠다는 것은 협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인식하길 바란다.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원내 2당에 법사위원장을 배분하는 것은 국회의 불문율이다. 의회민주주의 정신에 합치되는 것이고, 국민과 야당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여야는 경제와 안보 등 국난급 상황에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정치 퇴행은 대한민국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리스크다. 양당 원내대표가 사명감을 갖고 정치다운 정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여야 모두 정치 금도(襟度)에 어긋나는 당리당략적 행태는 민심의 지탄을 자초하는 일임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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