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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10년 뒤 원전 현장엔 기술도, 사람도 없다”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노동조합의 절망적 외침이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원전 현장에서 직접 발신된 이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은 국가 에너지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위기 상황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원전 활용 정책토론회에서 한수원 노조가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현행 ‘원전감독법’이 애초 취지와 달리 원전 산업의 전문성을 오히려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제7조의 순환보직 의무화와 제15조의 퇴직자 재취업 제한 조항은 원전 안전의 생명줄인 전문성 축적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전 운영은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요구하는 분야다. 하지만 현재의 순환보직 제도는 경험 많은 기술자를 주기적으로 다른 사업소로 이동시키며 기술의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있다. 원전 안전은 수십 년간 축적된 현장 경험과 노하우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안전을 담보로 한 무모한 실험에 가깝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퇴직 인력의 완전 배제다. 미국과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들이 퇴직한 전문가들을 감리단, 검증단, 자문역으로 적극 활용하며 기술 전수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이들 귀중한 인적 자산을 법적으로 차단하며 스스로 기술력을 포기하고 있다. 이는 자해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 상황에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신규 원전, 필요한 만큼 안정적 이용할 수 있게”라며 실용적 에너지 믹스를 표방했다. 또한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재생과 원자력발전을 함께 활용해야 하지만 원전은 위험하고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만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원전을 최소화하면서도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원전 최소화 기조하에서는 결국 인력 투자와 기술 개발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한수원 노조가 제기한 문제가 바로 이런 모순의 결과다.
이재명정부는 인공지능(AI) 기본사회 구현을 위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안정적 전력 공급의 핵심인 원전 전문 인력 양성에는 소극적이다. 이는 건물은 짓되 기초 공사는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데이터센터 운용과 AI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인데,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사라진다면 모든 계획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정부는 원전감독법 개정을 통해 전문성 축적을 저해하는 조항들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순환보직 제도는 원전 안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퇴직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젊은 인재들이 원전 분야에 뛰어들 수 있도록 처우 개선과 비전 제시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 정책이 요동치면서 전문가들이 떠나고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미래 산업의 토대가 되는 에너지 정책이 정치적 색깔에 의해 좌우되어선 안 된다. 이재명정부는 탈원전과 친원전 사이의 정치적 대립을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전 전문성 유지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한수원 노조의 경고는 이미 때가 늦었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을 담고 있다.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를 늘려도 새로운 전문가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더 늦기 전에 원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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