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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중국 등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 회원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 위협을 비판하며 내부 결속을 강조해 귀추가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전날부터 이틀간 17차 브릭스 정상회의 진행 중에 CNN브라질과 인터뷰한 세우수 아모링 브라질 대통령실 국제관계 특별보좌관(특보)은 미국발 추가 관세를 ‘제 발에 총 쏘기’(도끼로 제 발등 찍기)라고 표현했다.
브라질 정부가 공개한 교역액 수치상 작년 브라질은 대미 교역에서 400억 헤알(68억 달러·약10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흑자 상태인 미국이 상대국에 관세를 추가하면 오히려 미국에 불리할 것이라는 아모링의 지적이었다. 브라질 외교장관(2003∼2010년)·국방장관(2011∼2014년)을 역임한 아모링은 다만 “미국 관세가 가장 큰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교역 시스템의 변화 즉 다자간 협상 대신 양자 간 협상 우선 쪽으로의 전환이 더 심각한 도전적 과제”라고 짚었다.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것을 통할 때보다 현재 트럼프가 초래한 1:1 협상 구도에서 강대국 쪽이 단연 유리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브릭스처럼 대단히 바람직한 연합체의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보며 참여국을 벌주려는 듯한 모습이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 힘이 곧 정의일 순 없다”고 꼬집었다. 라마포사는 5월 백악관 정상회담 때 트럼프의 ‘남아공 백인 학살’ 주장에 당황했던 인물이다. 대통령 대신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트 러시아 외무장관 역시 트럼프 위협에 “브릭스 내 상호 움직임은 제3국을 겨냥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응수했다는 소식을 AFP가 러시아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좌장격인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각각 국내·국제 정치적 사유로 불출석해 다소 김빠진 이번 회의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것은 의장국인 브라질의 루�決� 이나시우 룰라 대통령이었다. 그가 회의 종료 후 미국발 관세폭탄 관련 질문에 “세상이 변했다. 아무도 황제를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은 누가 봐도 트럼프 공격이었으나 끝까지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다. 이어 룰라는 브릭스를 “경제적 관점에서 세계를 조직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국가들의 연합”으로 설명하며 “그래서 그들이 브릭스를 불편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주도 세계 질서의 재편이 브릭스의 야망이며 그 핵심은 달러 패권 무너뜨리기다. 트럼프가 브릭스를 강하게 견제해 온 최대 이유다. 트럼프는 미 달러의 글로벌 역할을 약화시키려 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경고 바 있다. 그럼에도 이날 룰라는 “세계 무역이 미 달러를 통하지 않고 이뤄질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재차 탈달러 추구 의지를 밝혔다. 이미 내년 대선 출마 의사를 드러낸 룰라가 향후 트럼프를 어떻게 다룰지 세계적 눈길이 쏠린다.
극빈층 금속노동자 출신의 드라마틱한 인생 서사를 가진 룰라는 1980년 브라질 최초 대중적 좌파 결사체 노동자당(PT)을 창립해 4수 만에 2003년 대선에서 처음 승리했으며 재임 후 퇴임했다가 2023년 다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제1~2기 8년 직무를 수행한 후 2010년 물러날 때 지지율이 80%였다. 빈곤층 지원 프로그램(‘보우사 파밀리아’)을 추진하면서도 시장과 싸우지 않는 실용주의자로서 전 세계 좌파 포퓰리스트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지도자로 평가되지만 대통령 트럼프를 겪어 본 적이 없다.
1945년 10월생인 룰라에겐 조만간 만80세인 고령도 문제다. 그의 정당 PT가 고전하면서 2017년 전직 대통령 신분의 룰라는 부패 혐의 유죄 판결로 580일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나 2021년 대법원이 과거 재판을 정치적 편향과 위법 수사에 기초했다며 판결을 무효화해 피선거권을 회복했고 2022년 대선 승리로 이듬해부터 세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2022년 10월 결선 투표 때 득표율은 룰라 50.90%, 자이르 보우소나루 49.10%, 브라질 역대 최소 격차(1.8%p)였다.
한편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이 “관세가 협박이나 압박 도구로 쓰여선 안 된다”며 “브릭스는 상생 협력을 추구한다.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또한 “브릭스 협력이란 공동의 세계관에 기반한 것이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도만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냉전기엔 비동맹 수장으로 당시 소련 및 서방세계 양쪽과 소통하던 인도는 오늘날 서방·비서방권 유대가 다 긴밀하다. 진영이 갈릴 경우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으며 독자행보를 하곤 한다.
무엇보다 브릭스 회원국·파트너국 상당수의 높은 대미 무역 의존도가 단합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신규 회원국 인도네시아의 경제조정부 장관 에어랑가 하르타르토가 이번 회의 참석 후 곧장 미국으로 날아가 관세 협상을 감독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말레�決첸틈� 파트너국으로서 참석했으며 한때 24% 관세를 부과받았다가 중단된 상태인데, “독립적 경제 정책을 유지해 왔다. 이념적 연대엔 관심이 없다”는 게 기본 자세다.
주요 7개국(G7)·주요 20개국(G20) 등 기존 다자외교의 장이 트럼프 미국우선주의에 흔들리자 브릭스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난제도 많다. 2009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첫 정상회의로 출범했으며 이후 남아공이 합류했다. 2024년엔 이집트·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가 정회원이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파트너국이다. 현재까지 30개국 이상이 브릭스 참여(정회원 또는 파트너국 자격)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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