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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을 읽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많이 나온다. 특히 훈민정음 창제·반포 전후에 최만리 일행과 논쟁하는 부분은 가히 드라마를 한 편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거기에 ‘가림토문자’를 연상하게 하는 단어가 나온다. 세종이 옛전서를 모방했다는 말이 그것이다.
‘환단고기(桓檀古記)’(사실은 ‘환(桓)’의 음이 ‘한(寒)’이었으므로 옛적의 발음으로 한다면 ‘한단고기’가 맞을 것이다)에 보면 가림토문자라는 것이 나오는데, 세종실록 중 ‘훈민정음 반대 상소문’에 의하면 세종이 “옛 전서(篆書)를 모방했다고 하지만 글자의 활용이 고전(古篆)과 다르다”고 하면서 최만리와 논쟁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문자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글자를 쓰는 방법과 활용이 훈민정음과는 전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신라시대의 향가와 고려시대의 가요를 통해 우리말을 유추하는 수밖에 없다. 즉 한자의 세력에 밀려난 우리의 단어를 ‘계림유사’나 노랫말(향가·고려가요·시조 등이 모두 노래였음)을 통해서 우리말의 어원을 고찰해야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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