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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은 가변적이고 불안정해. 일반적으로 기억은 과거의 산물처럼 취급되지만 실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의식,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 가는 거야.”
2012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한 나인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 ‘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이 출간됐다. 소설의 무대는 근미래 사회인 2035년.
초거대 기업 ‘유니언워크’는 인간의 뇌와 클라우드를 연결해 기억을 손쉽게 저장해 지우고 되살리는 ID칩을 개발하지만 유저들의 기억에서 지속적으로 감정을 제거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인다.
어린 시절 ID칩 생체실험에 이용됐던 두 아이 ‘안’과 ‘정한’은 서로의 생활을 모르는 채 각각 프리랜서 방송작가와 AI 챗봇 설계자로서 살아간다.
하지만 두 사람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섯 아이의 의식을 동시에 주입한 채 살아야 했던 안은 ID 칩 서비스를 사용해서 기억을 소거하는 서비스를 받고, 기억을 끊임없이 파편화하는 실험의 대상자였던 정한은 반대로 기억을 복원하는 서비스를 받는다.
한편 전 세계의 유니언워크 사용자들에게 기묘한 메시지 하나가 도착한다. 저마다의 감정을 깊이 환기하는 문구를 읽는 순간 사용자들은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며 혼란에 빠지는데….
소설은 기술적 디스토피아를 치밀하게 그려내면서도 ‘없음’과 ‘있음’, ‘사라짐’과 ‘연결’ 사이를 오가는 단단한 믿음 하나를 길어 올린다. 인간 마음의 꿈틀거리는 단단한 힘, 그것은 소멸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고야 마는 사랑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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