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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란 사건 선고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두고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법원이 스스로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고 직격했다. 올해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이끌었던 문 전 소장은 “법원이 신속하게 내란 사건을 처리해 특별법 제정의 계기를 없애는 것이 왕도”라며 내란 관련 재판부의 조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문 전 소장은 11일 법원행정처가 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구속기간을 날 단위로 계산하는 확고한 관행이 있었음에도 이를 깨고 ‘시간 단위 계산’을 처음 적용한 사건이 하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이었다”며 “그 결정이 국민의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고 지적했다. 지귀연 재판부는 해당 논리를 적용해 윤 전 대통령을 석방한 바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사법개혁을 둘러싼 다양한 진단과 쓴소리도 이어졌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유력 대선 후보 파기환송심 진행 방식, 전직 대통령 구속 취소 등 최근의 사법 판단들이 지금의 사법개혁 동력을 만들어낸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법부가 초래한 신뢰 위기가 결국 정치권의 개혁 드라이브를 부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법왜곡죄 도입, 내란전담재판부 구성 등에 대해선 패널들의 견해가 엇갈렸다.
김선수 전 대법관은 민주당안(대법관 12명 증원)에 찬성하며 “대법원이 더 깊고 균형 잡힌 심리를 하기 위해선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조재연 전 대법관은 “대법원을 사실상 한 개 더 만드는 변화”라고 우려하며 “우선 4명 증원 등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반대했다.
문 전 소장은 “3년에 걸쳐 8명 증원”을 제안하며 청사 확보·연합부 구성 절차 등을 고려한 점진적 개편을 주문했다. 그는 “증원 과정에서 총선을 한 번 거치게 되면 야당도 사법부 구성에 참여하게 돼 제도적 정당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왜곡죄 신설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는 신중론이 확고한 분위기였다. 차병직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처럼 형법의 상위 개념이 되어버리는 정치형법이 탄생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은정 이화여대 법전원 명예교수는 “법왜곡죄는 애초에 조문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해석은 법원 몫이기 때문에 법원 재량을 오히려 과도하게 키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역시 “실제 시행이라기보다는 현재 재판부에 대한 압박성 메시지의 성격이 있다”며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 압박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내란사건이 아무리 중대해도 헌법적 절차와 법 앞의 평등을 지키는 것이 사법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문 전 소장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위헌성 논란과 관련해 “처분적 법률이 곧바로 위헌은 아니다”라며 “예외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사정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제도 개편보다 법원이 스스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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