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의 끝자락. 연예계는 한겨울 바람처럼 매서운 폭로전과 은퇴 선언으로 뒤숭숭하다. 코미디언 박나래를 둘러싼 전 매니저들의 고소·폭로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의혹을 생산하며 소용돌이의 중심에 섰고, 배우 조진웅은 과거 소년범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한 해를 채 마무리하지도 못한 시점에 터진 두 사건은 연예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과 스타 산업의 불안한 기반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7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박나래를 둘러싼 갈등은 작은 오해나 소속사 내부의 불협화음 수준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사건은 5일 전 매니저 두 명이 “직장 내 괴롭힘·폭언·특수상해·대리처방·급여 미지급” 등을 주장하며 박나래를 고소하고 1억 원 규모의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박나래가 ‘갑질’과 ‘불법 의료 의혹’에 연루됐다는 주장까지 이어지며 논란은 빠르게 확산했다.
하루 뒤인 6일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되돌아왔다. 박나래 측은 전 매니저들이 “퇴직금 외에 회사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복적으로 요구했다”며 공갈 혐의로 맞고소했다. “요구 금액이 점차 수억 원대로 커졌고, 그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제기하며 압박이 이어졌다”는 것이 소속사의 설명이다.
여기에 또 다른 반전이 더해졌다. 소속사 앤파크는 “전 매니저 중 한 명이 개인 법인을 설립했고, 회사 자금 일부가 해당 법인으로 흘러간 정황을 파악했다”며 횡령 혐의 고소 준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원래 '갑질 가해자'로 지목되던 박나래가 ‘피해자’ 프레임으로 반전되는 순간이었다.
논란의 또 다른 축은 의료법 위반 의혹이다. 디스패치가 보도한 ‘주사 이모’ 논란 관련 박나래는 처방전 없는 항우울제 전달, 오피스텔에서 이뤄졌다는 시술 의혹으로 사건의 불길을 키웠다. 박나래 측은 “평소 이용하던 병원의 의사가 왕진해 합법적으로 시술을 한 것일 뿐”이라며 불법성을 전면 부인했지만, 온라인에서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이 사건은 진실규명 이전에 이미 ‘폭로전의 정치학’으로 번졌다. 매니저들은 일방적 피해를, 박나래 측은 조직적 공갈을 주장하며 서로를 향해 혐의를 겨누는 모양새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양측의 공방은 더욱 격앙될 가능성이 높다.
조진웅 “모든 활동 중단”… 폭로 하루 만의 은퇴 선언
박나래 사태가 격화되는 사이, 중견 배우 조진웅의 은퇴 선언은 또 다른 충격파로 퍼졌다. 그의 고등학생 시절 행적에 대한 5일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차량 절도, 무면허 운전, 성범죄 시도 의혹 등으로 소년원 송치가 됐다. 이는 단숨에 연예계를 뒤흔들 파문을 일으켰다. 소속사는 “미성년 시절 잘못한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한다”며 일부를 인정했다. 다만 성폭행 관련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성인이 된 뒤 벌금형을 받은 폭행 사건, 음주운전 전력 등도 함께 언급됐다.
조진웅은 폭로 하루 뒤 곧바로 은퇴를 택했다. 그는 입장문을 내고 “지난 과오에 대한 책임이자 도리”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30년 가까운 배우 인생은 이렇게 짧은 문장 몇 줄로 마감됐다.
연예계는 즉각 후폭풍에 노출됐다. SBS는 그의 내레이션을 교체했고, KBS는 이미 올려둔 다큐멘터리를 비공개 처리했다. 특히 tvN의 대작 ‘두 번째 시그널’은 이미 촬영을 모두 마친 상태였기에 타격이 가장 크다. 주연 배우의 전격 은퇴 선언으로 방영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완성작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초유의 사태”라며 난감함을 토로했다.
‘연말의 파열음’… 연예산 구조의 공적 책임을 묻다.
두 사건은 성격이 전혀 다르지만, 묘하게 닮은 그림자를 공유한다. 첫째, 폭로와 반박이 순식간에 여론전으로 비화되는 구조에서 둘째, 내부 인력과의 갈등·과거 은폐 의혹 등 ‘관리 실패’ 문제가 발생한다. 셋째, 사적 서사에 대한 시장·여론의 극단적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소속사의 내부 감시·관리 체계, 법적 리스크 대비 능력, 스타와 매니지먼트의 권력 비대칭 문제 등은 한국 연예산업이 품고 있던 구조적 고질을 다시 드러낸다. “폭로→파장→추가 폭로→퇴출·은퇴”로 이어지는 자동화된 메커니즘은 한 개인의 도덕성뿐 아니라 산업 전체의 취약성까지 드러내고 있다.
연말은 보통 성과를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시즌이지만, 2025년의 연예계는 유난히 혼탁하다. ‘팩트’ 이전에 ‘서사’가 소비되는 공간, 단 하루 만에 판도가 뒤집히는 여론의 속도, 그리고 한 번 불붙은 의혹은 소속사의 해명을 압도하며 확산된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 스타 시스템의 기반이 얼마나 허약한가를 두 사건은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은 사인이 아니라 사회에 정서적 가치를 제공하는 공적 존재이기에 자연스럽게 공적 책임을 요구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공론장은 규범을 지키는 사람이 참여할 때 건강하게 작동하며, 이를 어기면 발언권을 잃는 것이 원리상 당연하다”며 “특정 연예인의 일탈이 사실이라면 퇴출 요구는 감정적 폭주가 아니라 규범적 판단일 수 있다. 한국 대중의 판단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퇴출 시스템이 조선시대 멍석말이 문화를 닮았다고 본 엔터테인먼트 전문 법조인은 “멍석은 본래 농가의 깔개였지만 조선시대엔 ‘멍석말이’라는 집단 폭력의 도구로 악명 높았다. 익명성 뒤에 숨어 죄책감 없이 폭력을 행사하던 구조는 오늘의 온라인 여론재판·악성댓글과 그대로 닮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멍석말이’가 시작되면 사실은 사라지고 대상자는 주홍글씨가 된다”며 “퇴출과 은퇴 소송전에 이어 극단적 선택 등이 앞서 부터 반복되온 만큼, 이번 사례도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근거 없는 마녀사냥은 형법상 명예훼손·모욕·협박,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유포, 사이버 스토킹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