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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자력발전 정책을 놓고 선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재생에너지 중심에 무게를 둔 이재명 후보는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보였고, 김문수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켰다며 원전 확대를 역설했다.
이 논쟁은 단순한 기술 정책을 넘어 국가의 미래 전략, 나아가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특히 생성형 AI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원전은 한 나라의 전력 체계를 구성하는 중추라는 인식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이른바 ‘AI 강국’을 말하면서도 안정적 전력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김문수 후보가 “AI 시대, 전기를 어떻게 공급할 것이냐”고 되물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그 의도와 별개로 여러 부작용을 남겼다. 신규 원전 계획이 줄줄이 백지화되었고, 국내 원전 생태계는 심각한 위축을 겪었다. 수십 년간 쌓아 온 원전 설계·시공·운영 기술력은 인력 이탈과 산업 붕괴로 이어질 뻔했다. 결국 윤석열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철회하고 정책 복원을 추진하면서 비로소 일부 안정세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에너지 정책은 감성과 상징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 된다. 과학과 현실, 그리고 글로벌 추세에 따라 에너지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가 남긴 교훈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오늘날 모든 원전 기술과 안전 시스템을 동일선상에서 취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마치 자동차 사고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자동차를 모두 없애자는 주장을 합리화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세계는 지금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영국은 205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4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프랑스·중국·폴란드·체코 역시 원전 확대와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원전이 탄소중립과 전력 수급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효한 수단이라는 국제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그런 점에서 김문수 후보가 주장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서의 원자력”이라는 명제에 대해 누구라도 반대할 명분은 없을 것이다. 특히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가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전력 수급의 기반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 간헐성과 기상 변수, 저장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인해 신뢰성 측면에서 아직 보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독일은 탈원전 이후 오히려 석탄 발전의 비중이 다시 높아졌고, 전기요금 급등이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원전을 유지하며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상대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원전 정책도 만능은 아니다. 폐기물 처리 문제와 사고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운영의 투명성과 지속 가능한 기술개발이 어떻게 병행될 수 있을 것인가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원전 확대를 무조건 거부할 명분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안전하고 신뢰받는 시스템으로 보완할 동기이자 방향이 되어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국가 안보이며, 전력 정책은 경제 정책이다. 반도체·인공지능·전기차 등 고전력 산업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김문수 후보가 제기한 원전 확대 주장은 현실적 대안이자 국가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략이다. 과거 탈원전 정책이 낳은 문제들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학과 산업의 관점에서 에너지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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