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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우리에게 고도의 집중력과 높은 생산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진화의 관점에서 인간은 진득하게 집중할 수 없게 설계되었다.
다른 영장류가 먹이를 구하고 거처를 찾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면 인간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관계 맺고 창조하고, 때로는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산만함’이라는 능력을 발전시켜 왔다.
신간 ‘창조적 영감에 관하여’는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얕은 지식이 아니라 천천히 반추하며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게으름과 산만함의 미덕’이라는 주제로 오랫동안 강의를 해 온 머리나 밴줄렌은 이번 책에서 니체·데카르트·프루스트·울프·몽테뉴·베이컨의 예를 통해 산만함의 가치를 전달한다.
가령 니체는 “하릴없이 이리저리 걸을 때 다양하고 풍성한 생각들이 떠오른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니체는 스위스 호숫가를 산책하다가 ‘영원회귀’ 사상을 착안했다.
프루스트는 “앞만 보고 곧장 나아갈 때가 아니라, 이리저리 방황하고 헤맬 때 비로소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목적 지향적 삶의 틈에서 마침내 발견되는 아름다움과 기억의 기적을 그는 강조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우리 의식 속에 가라앉아 있는 진실은 때때로 게으름 속에서, 몽상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다.
몰입을 통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대했던 ‘산만함’과 ‘게으름’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일은 관성처럼 흐르던 오염된 생각에 깨끗하고 차가운 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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