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 “물가 문제가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을 준다.” “우리나라 생리대가 평균적으로 엄청 비싸다고 한다. 조사 안 해봤냐?” 이재명 대통령 발언은 물가상승(inflation)에 대한 정부 고민을 보여준다.
런치플레이션 시대다. 점심(lunch) 가격이 상승(inflation)해서 직장인이 점심식사에 부담을 느낄 정도다.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 소비자물가는 2023년부터 2%대 올랐다. 그러나 통계와 달리 서민은 점심 한끼를 먹기조차 버겁다. 서민 삶이 팍팍해지는 것과 달리 주식가격은 폭등했다. 서민에게 재앙인 인플레이션이 왜 자산가에게 기회가 될까?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고집한다. 시장에 풀린 화폐가 많으니 금리를 높여서 화폐 수요를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수요공급의 법칙은 경제학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가격기제(price mechanism)다. 한국을 비롯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코로나19 사태 때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했다.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은 저마다 재정 정책이 물가상승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경제학자 마크 블라이스와 니콜로 프라카롤리는 고개를 저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부른 인플레이션은 너무 많이 풀린 돈이 아니라 공급망 붕괴로 생겼다고 반박했다. 인플레이션이 누군가에게 손해지만 누군가에게 이익이므로 인플레이션을 가격과 화폐 문제가 아닌 권력과 분배를 둘러싼 정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즈 국제경제금융센터 소장인 블라이스 눈에 비친 물가상승은 어떻게 생겼을까?
코로나19는 세상을 바꿨다.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으려고 자발적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휴무와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공장 가동도 줄었다.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었다. 특정 상품은 희소성과 공급부족 때문에 가격이 폭등했다. 블라이스와 프라카롤리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공급망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달걀 가격도 많이 올랐다. 닭고기 수출 1위인 브라질에 조류독감이 유행하자 주요 수입국인 한국에서 닭과 계란 가격이 폭등했다. 금리를 인상시키면 계란 가격이 떨어질까? 처방과 정책은 원인 파악이 우선이다. 블라이스는 금리 인상만으론 공급 충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급망 붕괴와 더불어 독점기업의 가격전가, 지정학적 갈등, 에너지 가격 급등이 골고루 뒤엉킨 결과가 바로 물가상승이다.
“누가 이익을 갖는가?” 블라이스는 직관적으로 묻는다. 복잡한 경제수치를 말하지 않는다. 블라이스와 프라카롤리가 쓴 책 '인플레이션의 습격'은 2025년 여름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직관적인 질문으로 대중과 전문가를 사로잡았다며 '인플레이션의 습격'이 중앙은행 독립성이란 성역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재정 정책과 산업 정책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높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자가 높아져 투자를 줄이면 실업도 늘어난다. 서민과 노동자가 괴롭더라도 자산가는 이자 수익을 더 많이 갖는다. 비슷한 논리로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대기업은 더 많은 수익을 가질 수 있다. 블라이스는 인플레이션 담론을 경제가 아닌 정치로 해석하라고 조언한다.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다면 서민과 중산층에게 불리한 금리 인상이 아닌 정치적 해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재정 긴축과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을 낮춘다. 하지만 서민과 중소기업은 실업과 이자 때문에 허덕인다. 재정 확장과 금리 인하는 물가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실업과 도산의 공포로부터 서민과 중소기업을 보호할 수 있다. 블라이스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식을 뒤집었다. 경제와 금리로 보던 인플레이션을 정치와 분배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블라이스 시각으로 보면 한국은 물가상승에 취약하다. 가계부채 공화국인 한국은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높이면 빚이 많은 서민과 중산층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블라이스 논리처럼 금리 인상이란 실업을 유발하고 임금을 억제하려는 계급적인 선택일까? 인플레이션의 습격은 경제학이 다루지 않았던 권력의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인플레이션은 경제적 재앙일까?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정부와 정치인이 선택한 가장 쉬운 탈출구일 수 있다. 서민과 중산층의 지갑에서 줄어든 돈의 가치는 누구에게 모일까? 인플레이션의 습격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인플레이션의 모습을 보여준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