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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교체 파동을 겪었던 보수 진영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대권주자로 확정되며 위기 극복의 불씨를 지폈다. 그러나 완전한 통합에 이르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단순한 권력 투쟁을 넘어서는 극한의 정치적 대립과 양극화에는 87년 체제의 잔재인 소선거구제·고질적인 지역주의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 자기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두 번이나 끌어내리고, 힘들게 세운 대선 후보까지 흔들었던 배신자들이 지배하는 정당이라면 보수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까지 잃었다는 국민의힘 ‘무용론’이 터져 나온다.
김문수 후보의 경쟁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은 이미 범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빅텐트’를 완성하고 단일대오로 전열을 정비한 모양새다. 이번 국민의힘 후보 교체 파동은 당윈들의 힘으로 극적 반전을 이뤄냈지만 한때 자유 진영 전체의 공멸 우려마저 자아냈다.
한국 정치의 역사는 크고 작은 분열의 연속이었다. 보수 정당의 역사도 이합집산과 당명 변경으로 점철되어 왔다.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1952년 창당)을 시작으로 문민정부에서의 한나라당(1997년)·새누리당(2012년)·자유한국당(2017년)·미래통합당(2020년)을 거쳐 현재의 국민의힘(2020년)에 이르렀다.
선거에서의 패배, ‘차떼기 사건’이나 대통령 탄핵과 같은 정치적 위기 상황마다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극복하겠다며 당명을 변경하는 등 궁여지책을 써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 보수는 사실상 대분열 했으며,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였던 비박(비박근혜)계 간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았다.
‘불임 정당’이라는 오명 속에 보수주의를 기반으로 한 확고한 이념적 토대를 지니지 못한 채 ‘기회주의적 거대 보수 연합’ ‘정당 쿠데타’라는 등의 비판을 받았으며 민주적 의사를 배반한 정치 야합의 후폭풍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대선 또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라는 새로운 분열 축이 형성되며 새누리당의 비극이 재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비박계 집단 탈당, 바른정당 창당과 대한애국당 등으로 갈렸던 보수의 분열은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현재 친윤·비윤으로 갈린 당의 내홍은 ‘포스트 윤석열’ 시대를 염두에 둔 권력 재편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단일화 빅텐트’ 구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철통같은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보수 유권자들의 간절한 바람이자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며 “선거는 개인의 완주를 목표로 하는 마라톤이 아니다. 일부 보수 주자 등이 각자의 명분을 내세워 독자 행보를 고집한다면 이는 보수 유권자의 대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보수 전체의 패배를 초래하게 된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강력한 단일 전선을 구축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에 두고 내부 표를 분산시켜 정권을 내주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권의 속설이 정반대로 가고 있는 현재를 우리는 살고 있다. 진보는 부패의 끝을 달리고 보수는 분열이라는 큰 파고를 맞닥뜨리고 있다. 우후죽순 보수 후보들의 분열 책동이 결국 대선 패배라는 파국을 몰고 온다면 이는 곧 보수 진영 전체의 비극이 될 것이다.
대선 국면에 들어선 현재에도 일각에선 ‘친윤 색출’에 골몰하며 내부 총질을 지속하고 있다. 보수 분열로 인한 정치 지형의 파편화는 오히려 거대 양당으로의 회귀를 촉진할 것이며 제왕적 대통령제, 혹은 제왕적 입법부의 폭거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제는 보수 주자들은 즉시 조건 없이 한자리에 모여 ‘승리를 위한 빅텐트’ 구성을 위한 긴급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 오직 보수의 생존과 대한민국 정상화라는 절박한 목표를 위한 결단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보수 분열의 최종 승자는 “보수는 스스로 나자빠진다”고 조롱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다. 우리는 문재인정부의 탄생에서 이를 이미 경험했다. 이제 낡은 유물이 되어 버린 87년 체제 헌법의 한계를 ‘보수 단결’의 승리로 완벽하게 극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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