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청년] 희귀해진 양심을 지킬 준비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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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22 00:02:40

‘기후위기’를 주장하는 환경론자들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제기하는 의제 중 하나에는 공감한다. 바로 천연기념물이 사라지고 멸종 위기의 동물 종이 느는 ‘희귀 현상’에 대한 지적이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고 싶은 진짜 ‘희귀 현상’은 생물학적 멸종에 관한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 그리고 국회에서 ‘양심가’들이 사라진 것 같은 현상을 뜻함이다. 한마디로 ‘양심적인 정치인(또는 법관)’들의 품귀 현상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회에는 “진보·좌익은 양심적이고, 보수·우익은 비정하다”는 오해가 만연해 있다. 진보 성향의 사람들을 ‘인간적이고 선한’ 존재로, 보수 성향의 사람들을 ‘신의 요구라면 맹종하고, 전통과 역사라면 무조건 따르는, 그래서 주변을 돌보지 않는 이기적 존재’라고 보는 시각 말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애덤스는 양심을 “선악과 행복·불행, 그리고 쾌락·고통을 구분해 주는 능력이자 자질로, 도덕성의 핵심”이라고 정의했다. 양심은 보수주의 가치 속에서만 보존·지속될 수 있으며 이를 지켜 내는 사람들이 곧 보수주의자들이다.

왜냐하면 ‘선-악, 행복-불행, 쾌락-고통’을 구분한다는 것은 반(反)포스트모더니즘적 가정, 즉 이 세상에 ‘선·행복·쾌락’에 관한 절대적 기준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적이고 문명적이며, 어떤 면에서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가치 체계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때로 보수주의자들은 양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곤 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에 행해지는 성전환 수술은 ‘생명 질서에 어긋나는 악’이며 ‘되돌리기 힘든 불행’을 가져오고, 실제로 호르몬 변화와 신체적 통증을 유발하는 ‘고통’이기에 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것이 보수주의의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부는 “성소수자를 향한 연민도 사랑도 없는 무자비한 태도”라고 비판하지만 보수주의자들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양심적이며 사회적 고통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의무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의무는 다수의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합의해 왔으며, 역사와 문명을 통해 검증된 법률 들에 의해 결정된 올바름을 따르는 데서 비롯된다. 이는 결코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친(親)도덕적인’ 행위다. 그리고 오늘처럼 비이성적이고 비경제적이며, 그래서 비양심적이고 감성적인 정치만이 난무하는 시대에야말로 이러한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심지어 요즘은 법관들마저 이런 ‘양심’이 결여된 듯 보여 안타깝다. 대체 양심이란 무엇이며 양심적인 판결이란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필자는 이를 ‘보수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셀 커크가 저서에서 ‘보수주의의 원리’를 해설하며 신적 존재로 제시한 바 있는, 인류 문명사 속에서 지속되어 온 ‘도덕률’에 따라 행동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겠다.

이는 어떤 정치·경제적 필요나 외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개인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판단이며, 사람의 동기가 문명사적 공통 가치와 합치되도록 이끄는 능력이다. 즉, 한 개인이 지금 속한 정치·경제 공동체의 이익만 바라보지 않고,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인류의 번영을 위해 독립적으로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힘이 바로 양심이다.

정리하자면, 양심은 다음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첫째, 철저하게 개인적이고 사적이다. 둘째, 가족 사랑, 생명 존중과 같은, 인류가 신적 존재로 받아들여 온 공통의 가치와의 관계를 지배하거나 영향을 미쳐 개인의 행동을 이끌어낸다. 셋째, 어떤 사회나 시대든 신(神)과 인류를 향한 권리·의무의 차원에서 개인을 행동하게 이끈다.

그래서, 이러한 원리에 따라 필자는 다수 여성 교우들의 핀잔을 두려워하지 않고, 2018년 연세대학교에서 급진주의 페미니스트 정치 집단인 총여학생회 폐지 운동에 나섰다. 당시 많은 동지들이 자발적으로 캠퍼스 운동을 일으켰고, 결국 양심적인 단과대 지도자들이 연합해 그것을 폐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얼굴은 다르지만 같은 구호와 모자, 깃발을 든 남녀노소가 불철주야 거리에서 ‘양심 회복’을 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심’은 과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할 수 있을까. 법관들과 정치가들은 희생을 통해서라도 양심을 작동시키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증명해 주길 바란다. 국민도 양심에 따른 생각과 판단과 행동과 선택을 해야 우리 공동체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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