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만 외치는 대선 부동산 공약… 고분양가·수요관리 대책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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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상승세 지속, 미분양 증가 속에 현실 외면한 공급 남발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29 11:31:15

21대 대선이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부동산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공급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후보들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주택 수요 촉진’, ‘공공분양 확대’ 등의 카드를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나섰지만 정작 고분양가 문제나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관리 대책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29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는 여전하다. 송파는 올해 들어 5.21%, 강남 4.77%, 서초 4.39% 상승했다. 특히 반포, 압구정 등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 지역은 여전히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규제를 일부 해제했던 서울시의 정책 변화 이후에도 시장의 과열 양상은 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공급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공급 부족이 집값 불안의 원인이라며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으며 김문수 후보는 서울 25만호 공급과 미분양 주택 매입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공급 정책은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최소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인 집값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더 큰 문제는 고분양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2배 이상 올랐다. 수도권은 3.3㎡당 1136만원에서 2324만원으로 상승했고, 지방도 같은 기간 848만원에서 1812만원으로 뛰었다. 여기에 건설원가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기본형건축비 인상 등 분양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겹치면서 공급 자체가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요관리 방안의 실종도 문제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수요 억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대출 규제, 보유세 등은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후보는 오히려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하고 생애주기별 세금 감면을 통해 수요를 자극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는 수도권 자산가 중심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강화시켜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상황을 고려한 수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과 수도권은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 조절 정책이,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지방은 수요 진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급만으로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세제, 대출규제 등 수요관리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공급 일변도의 공약만으로는 실수요자와 무주택 서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균형 잡힌 수요·공급 병행 전략이 절실해 보인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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