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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통제의 문명, 다양성의 위기
② 감시 사회에서의 선택과 소비
③ 정치적 올바름과 검열의 시대
④ 데이터 권력과 감시 자본주의
⑤ 디지털 검열과 자유의 종언
한때 소설 속 이야기로 여겨졌던 ‘빅브라더’는 어느새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왔다. 거리 곳곳의 CCTV와 스마트폰은 우리의 이동과 대화를 고스란히 기록하고, SNS 알고리즘은 우리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미리 골라준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본 상품 광고가 마치 내가 생각만 했던 것처럼 SNS와 유튜브에 떠오른다.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기술은 이제 일상 곳곳에서 감시로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사생활 침해에 그치지 않는다. 감시와 통제는 곧 ‘기준에 맞는 사람만 살아남는 사회’를 만든다. 그 기준은 점점 획일화되고, 다른 목소리와 방식은 차례로 지워진다. 그리고 그 흐름의 중심에는 정치와 언론이 있다.
정치권을 보자. 요즘 한국 정치는 ‘다름을 설득하는 공간’이라기보다 ‘다름을 제거하는 전쟁터’에 가깝다. 여야를 막론하고 내부의 이견은 곧 ‘배신’으로 간주된다.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당 윤리위에 회부되며, 때로는 악의적 왜곡 프레임 속에 갇힌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정치권의 편향된 시각을 그대로 전하거나 확대 재생산하며, ‘감시와 견제’보다 ‘권력의 편들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다양성은 ‘내부 총질’로 치환되고, 정치는 갈등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배제하는 기술로 변질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대표성은 유명무실해진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기자는 권력 감시자가 아니라 어느새 ‘승인받은 사실만 보도하는 관리자’가 되어가고 있다. 특정 정치세력이 광고를 끊겠다거나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할 때, 진실보다 생존이 우선되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포털은 알고리즘으로 기사를 분류하고 ‘읽히는 기사’ 위주로 노출시킨다. 사회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보다 ‘클릭이 잘 되는 이야기’가 더 위에 놓인다. 언론이 감시당하는 구조에서는 시민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한때 미국 정부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감시를 받는 삶은 자유가 아니라 복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우리 스스로가 감시에 익숙해지고, 오히려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댓글창에서는 소수 의견이 퇴출당하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의 목소리는 낙인이 찍힌다. 누구나 감시자가 될 수 있는 구조, 그것이 진짜 빅브라더다.
우리가 이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다양성을 정책이 아니라 삶의 태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불편한 목소리도 설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은 ‘통합’을 말하기 전에 먼저 ‘차이’를 존중해야 하고, 언론은 진실이 권력에 불편할 수 있음을 인정하며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회복해야 한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AI 면접 같은 감시형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시선을 발굴하고 존중하는 데 쓰이는 기술이어야 한다. 예컨대 소외된 지역의 목소리, 청년과 노인, 이주민과 장애인의 경험을 분석해 사회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그런 예다. 이를 통해 기존 주류 담론에서 배제됐던 이들의 시선이 사회 전반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다양성은 말로만 지켜지지 않는다. 감시와 통제의 장치는 매일 강화되고 있지만, 그에 맞서는 감각과 태도는 점점 무뎌지고 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다름을 말할 자유’는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불편함을 회피하는 순간, 우리는 자유를 포기하는 셈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다름이 존중받는 사회를 원한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감시의 언어’가 아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경청하는 ‘존중의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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