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의 대표자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람이 있다. 흉악범을 수사해서 감옥으로 보내고, 억울한 사람을 위해 재판을 열어 주고,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감시한다. 누구나 검사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만 검사가 왜 생겼고 검찰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살아서는 성군(聖君)으로 불리고 죽어서는 성인(聖人)이 된 왕이 있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을 보살폈던 루이 9세(1226~1270)는 1250년 고등법원 파를르망(parlement)을 세웠고 대리인을 보내서 공공질서를 지켰다. 대리인과 파를르망은 왜 만들어졌을까.
당시 프랑스는 봉건제 사회였다. 지역마다 영주가 사법권을 행사했다. 귀족이 행패를 부리면 루이 9세는 약자의 편을 들었다. 왕은 판결에 불복한 사건을 모아서 파를르망에서 다시 심판하도록 만들었다. 왕이 보낸 대리인(procureur)은 주권자를 대신해서 범죄자 처벌을 요구하고(기소), 각종 사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검사), 법과 규칙의 정당성을 따졌다. 왕권과 공공질서를 대변했던 대리인은 오늘날 검사의 기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파를르망과 대리인의 위상과 평가도 바뀌었다. 파를르망은 심지어 왕권과 절대왕정도 견제했다. 그러나 귀족과 법관이 파를르망에 중용되면서 권력의 중심이 되었다는 비판도 생겼다. 이런 까닭에 민중은 프랑스혁명(1789)을 일으키며 파를르망을 부패한 귀족 기구라고 비난했다. 프랑스혁명은 파를르망을 없애고 국민의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자유와 평등을 강조한 혁명정부는 법 앞에 평등과 인민 권리 보호를 외쳤다. 그래서 왕이 아닌 인민을 위한 검사가 필요했다. 검사를 부르는 이름도 대리인에서 권한을 맡은 사람(commissaire)으로 바뀌었다.
프랑스 혁명에도 그림자가 있다. 사법 폭력은 공포 정치를 상징할 정도로 심각했다. 앙투안 캉탱 푸키에 드 탱빌(1746~1795)은 수사와 기소로 무장하고 정적을 제거했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와 조르주 당통 등을 기소해서 처형하는 데 앞장섰다. 소문과 의심만으로 수사했고 증거가 부족해도 기소했다. 정치 사건을 형사사건으로 만들어 사법 폭력을 정당화했다. 정권이 바뀌자 혁명 수호자는 법 절차를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사형됐다. 법을 앞세워 정적을 단두대 앞에 세웠지만 자신도 법에 따라서 단두대에서 머리를 잘렸다.
조선에는 멋진 검사가 있었다. 헤이그 밀사였던 이준(1859~1907) 열사도 평리원(옛 의금부) 검사였다. “조선을 일본에 팔아먹은 을사5적을 처단하려다 체포된 사람들을 사면자 명단에 넣어야 한다.” 근대 법조인 이준 검사는 1906년 고종의 특별사면 명단에 기산도·장두형·김일제 등을 넣었다. 법무 행정을 관장하던 법부 형사국장 김낙헌이 특사 명단에서 장두형 등의 이름을 빼자 이준은 형법대전 제331조를 들먹이며 김낙헌 형사국장을 기소했다. 항명을 이유로 체포된 이준은 검사가 아닌 죄인으로 재판에 나섰다. 당시 이준에 대한 재판 판결을 앞두고 인민폭동을 걱정하는 문서가 일본 통감부에 남았을 정도다.
한국 사회에서 검사에 대한 시각은 곱지 않다.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 시절 검사는 국민이 아닌 권력에 충성했기 때문이다. 많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검사 윤석열은 2022년 대통령이 됐다. “충성의 대상은 국가와 국민밖에 없다.”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이지 검사냐?” 윤석열이 공정과 상식을 외칠 때마다 많은 국민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러나 웬걸, 검사 윤석열의 말과 대통령 윤석열의 행동은 달랐다. 정적을 향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집요했지만 영부인을 향한 검찰의 수사는 봐주기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정성호 법무장관 후보자는 1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검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검찰 개혁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검찰 장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검찰 해체란 비판에 대해서 정성호 장관 후보자는 “야당도 납득할 수 있는 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과 야당은 어제처럼 오늘도 싸운다. 내일도 무엇이 옳은지보다 어떤 게 유리한지를 놓고 싸울 게 뻔하다. 국민의힘에 묻고 싶다. 검찰이 부패한 법조인 기구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야당 국회의원도 고민할 때다. 검사를 지키기 위해 국민 여론을 등져서야 되겠는가? 사직하는 심우정 검찰총장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은 공익의 대표자였나, 아니면 대통령의 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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