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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 성과를 거두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동시에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전) 시장에도 발 빠르게 뛰어들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IEA 주목한 한국 원전
2025년 현재 한국 원전 산업은 대형 원전 건설부터 SMR 개발까지 전 영역에서 핵심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하며,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신규 원전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두산에너빌리티는 지금까지 32기의 대형 원자로와 124기의 증기발생기를 납품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SMR 파운드리(제조기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뉴스케일, 테라파워, 엑스에너지 등과 협력해 경쟁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KB증권은 미국과 유럽의 원전 정책 전환으로 한국 기업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라 내다보며, 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비에이치아이 등을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았다. 정부 역시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대를 위해 정책자금 1500억 원을 지원하며 산·학·연 협력 체계를 촘촘히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계기로, 한국형 대형 원전 수출 기반이 유럽 시장으로 본격 확대되고 있다. 이는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에 거둔 대규모 해외 수주 성과로 평가된다. 국내 원전 산업은 이제 단순한 설계·시공을 넘어 SMR 상용화와 글로벌 수출 다변화를 통해 탈탄소·에너지 안보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원전 글로벌 질주
두산에너빌리티는 핵심 원자로 주기기 제작과 공급을 앞세워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체코 두코바니(EDU II) 1GW급 원전 사업에서 원자로·증기발생기·냉각펌프 등 1차 계통 기자재를 담당한다. 특히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는 증기터빈을 공급해 총 8조5000억 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서 국내외 원전 사업을 주도하는 양대 축이다. 특히 현대건설은 UAE 바라카 원전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핀란드·체코 등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은 SMR과 연계된 시공 역량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글로벌 원전 수출의 총괄 주체로서 설계·운영·금융 패키지를 모두 제공한다. UAE 바라카(186억 달러·약 21조 원) 수주 당시에는 한전이 주계약자로 나서 설계부터 핵연료 공급·시운전·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책임졌다. 이후 체코 프로젝트도 한수가 발주기관으로 나서 한전·한전기술·한전KPS 등이 협업하며 원전 수출 전주기 체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올해 6월 한수원과 ‘팀코리아’ 컨소시엄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에서 26조 원 규모의 본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공급 및 시공을,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으며, 한전기술과 한전KPS는 설계 및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이는 UAE 바라카 이후 16년 만에 이뤄진 대형 원전 수주이자, 한국 원전의 첫 유럽 진출 성과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수주를 발판 삼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협력, 미국 내 원전 기자재 공급을 준비하는 한편 SMR 모델 뉴스케일과도 협업하고 있다. 동시에 사우디(1.4GW 규모), 폴란드 등 신규 발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한전KPS와 한수원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개선(MRO) 사업까지 수주해 국내 원전 생태계 유지·확장의 동력을 이어가고 있다.
K-원전 글로벌 시장 정조준
SMR(소형모듈원전)은 글로벌 탈탄소 기조 속에서 새로운 에너지 해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원전(1GW 이상)과 달리 출력이 300MW 이하로 작고, 주요 설비를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에 운송·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공사 기간과 초기 투자비를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원자로를 지하에 설치하는 방식(NuScale, i-SMR 등)으로 방사능 유출 위험도 낮춰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또한 중·소규모 발전망에 분산 설치할 수 있어 대규모 송전망 의존도를 줄이는 장점도 있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도 SMR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과 협력해 SMR 주기기 제작에 본격 돌입했으며, 지난해 오레곤주 뉴스케일 본사에서 첫 모듈 제작 착수식을 진행하며 세계 최초 상용 SMR 공급망의 주축으로 부상했다.
SK·GS·포스코·삼성물산 등 대기업도 SMR 투자와 컨소시엄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SK는 테라파워 및 빌 게이츠와 함께 고속로·소듐냉각 SMR 분야 협력을 통해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며, GS·포스코는 엑스에너지와 고온가스로형 SMR 및 연료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형 SMART와 i-SMR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i-SMR은 170MW급 출력으로 내년 상세 설계에 돌입해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400GW의 신규 원전 수요 중 상당 부분을 SMR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도 2030년 SMR 설치가 본격화돼 2040년대에는 신규 원전 건설의 절반 가까이를 SMR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주요국은 이미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바라카 원전 수출에서 증명한 설계·제작·운영 원스톱 역량을 통해 SMR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금융·외교 리스크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SMR 경제성 확보를 위한 규제 정비·안전기준 마련·주민수용성 확보가 필수적이며, 장기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차세대 핵연료(HALEU) 자급 문제가 해결돼야 완전한 시장 경쟁력이 보장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지만, 규제·재무·수용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한국은 대형 원전 경쟁력을 이미 입증했고 SMR도 빠르게 따라잡고 있어, 앞으로 안전·경제성·핵연료 관리 3대 과제를 균형 있게 풀어가야 글로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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