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도 화났다.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했던 미국은 2008년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보냈다. 미국 특수부대는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게레슈크에 주둔했다. 아르마딜로 기지는 게레슈크를 공격하려던 탈레반을 막는 최전방 방패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진 전투에 이를 갈던 탈레반은 도로에 폭탄을 설치했고 길가에 매복해서 총을 쐈다.
쾅! 폭탄이 터졌다. 의무병이 안간힘을 썼지만 카스페르 솔베르그(21)를 살리진 못했다. 가장 위험한 곳에서 목숨을 잃은 솔베르그 상병은 미군이 아니었다.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서 미군을 위해 최전방에서 싸운 건 덴마크군이었다. 솔베르그 사망 소식에 어머니는 옹알이하던 손녀에게 말했다. “아빠는 하늘에서 가장 아름답고 밝은 별이 되어서 우리를 지켜준다.”
덴마크는 미국이 벌인 전쟁마다 앞장섰다. 걸프 전쟁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리비아 공습까지 참가했다. 덴마크군은 지금도 이슬람국가(IS) 세력을 막기 위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다. “덴마크는 미국이 필요로 할 때 항상 그곳에 있었다. 우리는 가장 위험한 전선에서 함께 피를 흘렸다.” 덴마크 총리였던 안데르스 라스무센은 미국 혈맹을 자처했다.
그러나 미국은 뒤통수를 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관대했던 트럼프는 혈맹이었던 덴마크 영토를 노린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도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을 반대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관세로 보복하겠다고 협박했다.
미국식 제국주의는 침략을 거래로 포장한다. 제임스 포크 대통령은 1846년 멕시코를 침략했다. 미국이 국경수호를 빌미로 뺏은 땅은 약 226만㎢로 오늘날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애리조나, 콜라도, 유타, 네바다, 뉴멕시코다. 미국은 멕시코 영토 약 55%를 뺏은 뒤 1500만 달러를 주었다. 침략이란 역사를 부동산 거래로 바꾸는 게 미국식 제국주의였다. 미국을 위해 피를 흘렸던 덴마크는 멕시코처럼 그린란드를 뺏길까.
트럼프는 포크처럼 말했다.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을 반대하는 유럽 8국에 대해서는 관세로 협박했다. “관세는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매입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부과된다.” 트럼프에게 동맹이란 언제든 버릴 수 있고 트럼프에게 신뢰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렵다. 철저하게 이익만 따지기 때문이다.
덴마크가 흘렸던 피는 트럼프에게 매몰비용이었다. 트럼프 말과 행동을 보면 한미동맹에 대한 환상도 깨진다. 미국은 어려울 때 도와준다며 조선과 수호통상조약(1882년)을 맺었지만 조선에 대한 일본의 보호권 확립을 인정한 가쓰라-태프트 밀약(1905년)도 맺었다. 미국 해군력과 첨단산업이 한국 조선업과 반도체가 없으면 가동될 수 없도록 안보와 산업 측면에서 대체 불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주권과 동맹은 선의가 아닌 실리로 지켜야 한다.
스스로 나라를 지킬 힘이 없다면 평화란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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