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결제부터 고정지출까지 한데 모아 정리하던 왓섭은 이제 ‘개인 재무설계’까지 맡는 서비스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본지가 만난 김준태 왓섭 대표는 2일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앞으로의 미래는 돈 관리를 ‘편하게’ 해주는 시대를 넘어, ‘제대로 대신해 주는’ 시대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전제는 데이터”라며 “데이터가 엉망이면 자동가계부도, AI도 끝내 고객 신뢰를 못 얻는다”고 강조했다. 왓섭은 구독 관리로 출발했지만, 작년 마이데이터 사업자 인허가를 받으며 ‘데이터를 더 깊게 다루는 서비스’로 확장할 기반도 확보했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2019년, ‘모르는 자동결제’가 불을 붙였다
김 대표는 창업의 시작을 “화가 치밀었던 결제 내역 한 줄”로 설명했다. 국회에서 일하던 시절 그는 집에 PC를 두지 않았다. 퇴근 뒤까지 일을 끌고 오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데 카드 내역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365 구독 결제가 계속 빠져나가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인 PC도 없는데 구독을 했을 리가 없잖아요. 찾아보니 제가 모르는 사이에 2년 넘게 구독료를 내고 있었어요.”
김 대표는 당시 토스, 뱅크샐러드 등 금융앱을 쓰고도 “왜 이런 구독 결제가 잡히지 않나”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는 무료에서 유료로 바뀌거나, 해지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결제를 지속시키는 ‘나쁜 결제 패턴’이 곳곳에 존재한다고 봤다. 그 문제를 파고들며 2019년 아이디어 검증을 거쳤고, 다음 해 법인을 세웠다고 말했다. 왓섭의 탄생이다.
왓섭은 ‘왓(What)+섭(Subscribe)’ 결합어
서비스 이름도 출발점을 그대로 담았다. 김 대표는 “무엇을 구독하느냐를 찾아주는 서비스라는 뜻에서 왓(What)과 섭(Subscribe)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구독을 한눈에 보여주고, 결제 전 알림과 간편 해지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들어갔다.
김 대표는 “이런 서비스는 어딘가에 이미 있을 것 같고, 실제로 비슷한 기능도 많다”면서도 “그러나 정확하게 ‘제대로’ 하는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9~2020년쯤에도 ‘다른 금융사가 이미 하고 있지 않나’ ‘토스가 하면 어떡하나’ 같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5년 넘게 지났는데도 여전히 제대로 못한다. 그만큼 데이터를 만지는 게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현재 왓섭이 자체 앱에서 검증한 분류·정비 기술을 금융사 서비스에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국내 주요 카드사와 제휴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보험사와도 데이터 기반 고객 분석 영역에서 협업 중”이라고 말했다.
“누적 40만… 추천으로 커졌다”
김 대표는 현재 왓섭의 누적 다운로드가 40만 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그는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이용자가 늘었다”며 “광고를 하지 않아도 써본 사람이 주변에 권하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왓섭은 ‘구독을 찾아준다’는 효용을 전면에 세웠고, 결제 전에 알림을 주거나 앱 안에서 해지까지 이어지는 경험이 재설치를 이끄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10명 중 8~9명은 지인 소개로 앱을 깔았다”며 “처음엔 구독 관리가 단순 기능처럼 보이지만, 막상 써보면 ‘새는 돈’을 직접 잡아내는 경험이 강하게 남는다”고 말했다.
이 성장 흐름에서 김 대표는 ‘연동 장벽’이라는 과제도 동시에 봤다고 했다. 구독과 고정지출을 정리하려면 카드·계좌·페이를 연결해야 하는데 이용자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그래서 작년에 마이데이터 사업자 인허가를 받았다”며 “마이데이터를 갖추면 연동 과정이 더 단순해지고, 데이터 품질을 금융권 기준으로 관리할 조건도 마련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허가 이후 “구독을 끊어주는 앱”을 넘어 소비 진단과 통제, 목표 설정, 현금흐름 관리까지 확장할 토대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연동’은 되지만 ‘분류’가 무너졌다
김 대표는 문제의 뿌리를 ‘연동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분류와 관리’에서 찾았다. 그는 “결제 내역이 들어와도 가맹점 관리가 안 되면 분류가 무너진다”며 “같은 결제라도 어떤 앱은 ‘기타’로 뭉뚱그리고, 어떤 곳은 전혀 엉뚱한 업종으로 찍는다”고 했다.
그는 한 예로 공유 킥보드 업체 결제가 ‘출판·도서’로 분류되는 사례를 들며 “표준 업종 분류를 기계적으로 매핑하면 실제 소비 맥락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이런 오분류는 생각보다 흔하다고 했다. 주차 서비스는 누가 봐도 ‘주차’인데도 ‘기타’로 잡히고, 의류 매장에서 무인결제 단말을 통해 결제했을 뿐인데 결제대행사 표기만 남아 ‘의류’가 아니라 ‘기타’로 분류되는 식이다.
김 대표는 또 보험료·통신비처럼 비교적 명확한 항목도 놓친다고 지적했다. 카드에서 보험사로 빠져나간 이체가 ‘보험’으로 묶이지 않거나, 휴대전화 요금처럼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이 통신비로 잡히지 않거나 커피 전문점 결제도 카페로 분류되지 않고 ‘기타’로 분류되는 것도 동일선상에 있다.
이것이 누적되면 점점 월별 소비 분석 자체가 무너진다. 그는 “이런 상태면 전월 대비 지출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어느 항목이 원인인지가 제대로 안 보인다”며 “보험료·통신비·렌탈·카페처럼 생활비의 뼈대를 이루는 항목조차 정확히 못 잡으면 사용자는 자동가계부를 신뢰하지 않고 결국 서비스를 안 보게 된다”고 말했다.
편해도 틀리면 쓸 수 없다… 수기 가계부가 뜨는 이유
김 대표는 자동 분류가 흔들릴수록 ‘수기 가계부’가 다시 선택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대표적 수기·반수기 가계부로 꼽히는 ‘편한가계부’는 누적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자동 분류가 일상화된 시대에도 손으로 쓰는 가계부가 꾸준히 선택받는 이유는 사용자가 ‘정확한 맥락’을 직접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자동화가 틀리면 사용자는 오히려 피곤해진다. 그래서 차라리 수기 가계부를 찾게 된다”며 “데이터 품질이 수기 가계부를 부활시킨다”고 말했다. 왓섭은 바로 이 지점에서 ‘사람이 먼저 정리하고, 그 결과로 AI를 교정한다’는 접근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단계부터 정확도를 끌어올린 뒤, AI가 반복 학습으로 품질을 따라오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는 “AI가 알아서 다 해줄 거라는 전제부터 틀렸다”며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정답을 먼저 쌓아야, AI도 제대로 배운다”고 강조했다.
다음 목표는 ‘재무설계’. 신뢰·보안·인텔리전스가 관건
김 대표가 말한 다음 목표는 구독 관리에서 개인 재무설계로의 확장이다. 그는 “정확한 소비 진단과 통제, 재무 목표 설정, 현금흐름 안정성까지 보이는 기능을 준비한다”고 했다. 그 예로 테슬라 차량을 구입하고 싶은 이용자에게 현재 자금과 저축 흐름을 계산해 ‘언제 살 수 있는지’, ‘기간을 줄이려면 소비를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를 제안해 주는 방식을 제시했다.
다만 데이터가 모이는 만큼 보안 우려도 커진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이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라고 표현하며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금융사 수준의 보안 요건을 맞추려고 매년 심사를 받는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비용·인력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사고는 해킹보다 내부 요인이 더 문제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수록 내부 통제와 운영 체계를 더 촘촘히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이지만 금융사 수준의 보안 체계를 갖추려고 예산을 크게 투입했고, 인허가 이후에도 매년 점검을 받으며 안전성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돈 관리는 점점 ‘시작과 끝’만 남는 구조로 바뀐다”며 “그 사이 과정을 제대로 대신하는 역할을 누가 하느냐가 그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가계부를 쓰고 항목을 나누고 지출을 점검하는 과정 자체가 관리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용자가 원하는 목표를 입력하면 시스템이 소비 내역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결제를 찾아내고 다음 달 현금흐름까지 예측해 ‘결론’을 바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꼼꼼히 기록하고 계산하던 중간 과정이 점점 줄어들고 사용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와 ‘그 결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만 확인하는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며 “그 중간을 얼마나 정확하고 전문적으로 대신하느냐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결국 그 경쟁의 첫 단추가 ‘정확한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결제와 가맹점 정보가 흐트러진 상태에서는 진단도 추천도 설계도 흔들린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입력이 틀리면 결과가 틀린다”며 “돈 관리가 자동화될수록 데이터 품질이 곧 신뢰”라고 말했다. 이어 “왓섭은 구독 관리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마이데이터 기반에서 ‘정확한 분류에서 정확한 진단, 실행 가능한 설계’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겠다”며 “개인이 돈 관리에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는 수준까지 서비스를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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