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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의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에 대해 KT 노동자와 시민단체들이 입장을 밝혔다.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KT새노조, 희망연대노조 KT 서비스지부는 최근 IT 전문 유튜버 ‘잇섭’이 폭로한 KT의 인터넷 속도 저하 문제에 대해 1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KT는 유튜버 ‘잇섭’이 지난달 17일 KT의 10기가 인터넷을 사용 중이지만 인터넷 속도를 측정해본 결과 100Mb로 제공되고 있었다는 내용을 폭로해 논란에 휩싸였다. ‘잇섭’은 고객센터에 전화로 원격 초기화를 받자 인터넷 속도가 회복됐지만 그 뒤로도 인터넷 속도가 100Mb로 떨어지는 일이 있었고 그때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영상이 퍼지면서 KT 인터넷 사용자들이 인터넷 속도를 측정했더니 속도에 이상이 있었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KT는 잇섭에게 영상을 내릴 것으로 요구해 논란을 키웠다. KT 새노조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KT 경영진의 부실경영 결과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구현모 사장의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는 KT의 인터넷 속도 저하 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원인을 밝히고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위한 불합리한 약관 개선 △통신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지 및 안내 시스템 강화 △하청노동자에 대한 갑질 중단 등 제도개선 방안과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첫 발언을 맡은 오주헌 KT 새노조 위원장은 “KT 내부에서는 이번에 문제 된 10기가 인터넷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는 기가인터넷 서비스 전반에 걸쳐 더 문제가 많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과기부가 1기가 인터넷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KT는 일부 현장의 문제라는 식으로 대응하며 책임을 현장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KT는 민영화 이후 끊임없이 비용 절감과 수익 극대화 전략을 취하면서 인건비와 시설 투자비를 줄여왔고 KT 직원이 하던 인터넷 개통과 AS 업무를 ‘KT서비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외주화했다. 또한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전혀 속도가 나오지 않는 곳에서도 마구잡이로 기가인터넷을 팔고 편법을 동원해 개통 처리한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뢰성 있는 인터넷 속도 실태조사를 위한 KT새노조, KT서비스 노조 등 내부자와 소비자시민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조사단 구성 △이사회의 인터넷 속도 저하 원인과 개선방안 분석 보고서 작성 △이번 사태와 관련된 경영진의 책임추궁 등의 조치 등을 주장했다.
서광순 희망연대노조 위원장은 현장에서 기가 인터넷 설치작업을 하는 KT서비스 노동자들을 대신해 발언해 나섰다. 서 위원장은 “오늘 KT 서비스 노동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 인터넷 설치 과정에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이야기하려 했으나 지난 언론 인터뷰 이후 공익제보자를 색출하려는 회사 측의 탄압 시도를 염려해 나오지 못했다”며 “앞에서는 임직원들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도 뒤에서는 하청업체에 도급비 삭감 통보를 하고 제보한 직원들을 색출하려는 KT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KT 서비스 노동자들의 임금 체계가 적은 기본급과 과다한 개인 실적급으로 구성되면서 개통 설치 시 고객이 약정한 상품보다 낮은 품질의 서비스가 제공되더라도 다음 업무를 위해 가개통 후 추후 처리하는 등 ‘빨리빨리’ 업무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비싸고 안 터지는 5G 서비스 감행과 130만원에 달하는 5G 불통 피해자 입막음 보상, 이번의 인터넷 속도 저하 사건까지 현 사장인 구현모 대표는 최고경영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장은 정부에 △인터넷 및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조사를 진행할 때 속도가 낮게 나오는 수치를 조사 대상에서 빼버리는 ‘보여주기식 조사방식’의 개선 △KT를 포함한 이통 3사가 제공하는 모든 인터넷,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 전수조사 △불공정한 약관개선·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지 안내 시스템 구축 등을 요구했다. 이에 더해 국회도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도입해 반복되는 소비자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KT는 일련의 주장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시설 투자비를 줄인 것으로 보이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서비스를 구축할 때 추가적인 발생하기 때문에 그때를 기준으로 보면 시설 투자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이다”고 말했다.
또한 “기가 인터넷이 되는 곳에는 원칙적으로 준공처리가 불가능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경우에만 준공하고 있으며 강제로 기가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며 “현장에서 영업실적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강제 개통이 이뤄지는 사례에 대해서는 KT 본사에서 요구한 적이 없으며 현장 조사 후 문제가 있는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도급비를 삭감한 것이 아니라 설치를 제대로 했을 때 도급비를 온전히 지급하는 제도로 고객 편의와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제보자를 색출하려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기자회견에서 얼굴을 내놓고 말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알아내려고 할 필요도 없고 색출해서 불이익을 줬다는 것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만약 제보자를 처벌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본사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제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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