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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에 대한 고민만큼 좋은 죽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이 논의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죽음에 대한 논의를 꺼리는 문화에 더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에도 한계가 있어 환자가 원치 않는 연명의료를 받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태경·이인로·정종우·유인경 한국은행 연구원과 한은정·박영우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원은 보고서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환자 선호와 의료현실의 괴리 그리고 보완방안’에서 환자의 의사와 달리 연명의료가 적용된다는 점을 짚었다.
설문조사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의 84.1%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라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실시하는 연명의료는 수술·삽관 등 환자에게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 될 수 있고 지켜보는 가족에게도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65세 이상 사망자 중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비율은 16.7%에 그친다. 연구원은 상당수 고령 환자가 본인의 의사와 달리 임종 직전까지 연명의료 시술을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모든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 중단을 심의하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는 수도권과 일부 대학병원에만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공용윤리위원회도 업무가 과중해 연명의료 중단을 받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연명의료를 거절한 환자가 의료적 지원에서 곧바로 단절되지 않도록 생애 말기 돌봄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완화 의료, 심리 상담, 가족 지원 등이 연속적으로 제공돼야 하며, 기존 연명의료에 투입되던 의료자원을 환자의 말기 돌봄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제시했다.
아울러 환자의 가치관과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연명의료 시술 선택 항목, 인공영양공급 여부, 의료결정 대리인 지정 등을 담은 개인화된 서식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국민이 제도의 취지와 절차를 충분히 이해하고,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의료기관이나 온라인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등록할 수 있도록 홍보와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존엄을 보장하기 위해 2018년 도입됐다. 제도 시행 이후 연명의료 중단 이행 건수는 꾸준히 늘었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300만 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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