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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전세 구조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6월 서울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는 103.2를 기록하며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고 특히 강남구에선 월세 매물이 전세 매물 수를 앞질렀다. 임차인은 전세대출 축소로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고 고가 월세 계약도 늘어나면서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는 2021년 10월(110.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03.2로 나타났다. 이는 월세를 원하는 수요가 그만큼 증가했음을 의미하며 전문가들은 전세 대출 규제에 따른 월세 전환 압박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월세수급지수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수록 100을 넘는다.
강남권의 흐름이 뚜렷하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 자료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월세 매물은 5074건으로 전세 매물(4948건)을 넘어섰다. 이는 정부가 6월27일 발표한 대출 규제 이후 벌어진 변화로 서울 전체적으로도 전세 매물은 3.4%(844건) 줄고, 월세 매물은 2.4%(446건) 늘었다.
임차인의 협상력도 약화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재계약 과정에서 월세가 30~4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강남구 일원동의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63㎡는 기존 ‘보증금 8억원+월세 120만원’에서 ‘보증금 8억원+월세 170만원’으로 조건이 변경됐다. 도봉구 창동 주공3단지에서는 보증금 2억원 전세가 보증금 2000만원·월세 100만원의 반전세로 바뀐 사례도 있었다.
서울 전체 전셋값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6% 상승했다. 송파구(0.23%), 강동구(0.22%), 강서구(0.13%) 등 일부 지역은 전셋값 오름폭이 더욱 컸다. 이는 전세 물량이 줄어들며 수요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고가 월세 거래도 증가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월세 계약 4343건 중 월 200만 원을 초과한 거래는 634건(14.6%)에 달했다. 이는 1월(12.6%)과 3월(13.3%)보다 높아진 수치다.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의 경우 전용 84㎡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640만원으로 계약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와 신축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실거주 요건 강화가 맞물리면서 전세시장은 구조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특히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로 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월세화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의 전월세전환율은 올해 5.5%로 상승 중이며 이는 월세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은 물론 월세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세 확대는 자산 축적 기회를 줄이고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월세 세액공제 확대, 공공임대 확충, 저소득 임차인 지원 등 실효성 있는 임차인 보호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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