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 5년 새 72% 급증…“치료는 신중 과잉진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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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모호한 성조숙증… 치료 남발 부추기는 구조
키 불안 자극하는 과잉진단… 아이들 마음에 상처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09 06:02:05

성조숙증 환자가 최근 5년 사이 급증한 가운데 과잉진단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키 성장과 건강을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에는 성조숙증 환자가 10만8575명이었으나 2023년 18만6726명으로 5년 새 72% 급증했다.

성조숙증은 중추성 성조숙증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 축이 조기에 활성화되어 발생한다. 이때 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사춘기 2차 성징이 발현되고 남녀의 뚜렷한 신체 변화가 일어나며 수정 능력이 점차 갖추어진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증가하여 성장 속도도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만 8세 이전, 남아에서 만 9세 이전에 사춘기 징후가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여아는 유방이나 음모 발달 남아는 고환 크기 증가가 주요 지표다.

문제는 정상보다 조금 빠른 조발 사춘기와 병적 성조숙증 사이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는 점이다.

윤지희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사춘기는 스펙트럼과 같아 단순히 나이만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무조건 치료가 아니라 진행 속도 골연령 심리적 요인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과장은 “사춘기는 영아기의 급성장기에 이어 두 번째로 키가 급격하게 크는 시기다”며 “사춘기 동안 남녀 모두 연간 7~12cm 정도로 키가 잘 자라지만 사춘기가 너무 일찍 시작되거나 진행속도가 빠르다면 최종 성인 키는 오히려 작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아에서는 조기 초경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골 성숙이 앞당겨져 성장판도 빨리 닫히게 되므로 성인 키에 손실을 줄 수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애매한 경우에도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최종 키가 작아진다”는 설명이 흔하다. 키에 대한 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설명은 결국 치료 시작으로 이어지기 쉽다.

성조숙증 치료에는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주사제(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유사체 GnRH agonist)가 사용되며 월 1회 수년간 맞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비용은 물론 아이에게 정서적 부담도 적지 않다.

치료 효과도 무조건적이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여아의 경우 골연령이 많이 진행되기 전 즉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최종 성인 키가 평균 5cm 정도 커질 수 있지만 이미 골연령이 빨라진 경우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윤지희 과장은 “사춘기가 또래보다 빨리 시작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여러 요인을 고려해 신중하게 치료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성조숙증 환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실제 환자 증가도 있지만, 조기검진 패키지·건강검진 프로그램, 그리고 제약·의료기관의 적극적 홍보가 겹치면서 ‘과잉진단’이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일부 병·의원에서는 성조숙증 검진을 키 성장 관리 상품처럼 내세우며, 부모의 불안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간과되는 건 아이들의 정신적 부담이다. 치료를 시작하면 자신이 ‘환자’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고, 또래와 다르다는 낙인이 자존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 통증, 체중 변화, 정서적 불안 등이 보고되는 점도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생활 습관 관리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만은 성조숙증의 가장 뚜렷한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환경호르몬 노출 최소화가 예방에 중요하다. 부모의 사춘기 발현 시기나 출생 당시 체중 등도 영향을 미치므로 가정에서 꾸준히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 내과 병원을 운영중은 A의사는 “성조숙증 치료는 분명 필요할 때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모든 조기 사춘기를 환자로 분류할 이유는 없다”며 “부모의 불안을 상업화하는 구조 속에서 과잉진단과 과잉치료가 키보다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위원은 "FDA 보고서를 보게 되면 정상인 아이들한테 사용될 때는 뇌압이 올라서 두통이 심해지거나 키 크는 목적으로 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 우려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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