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이 판매량 경쟁에서 벗어나 계약 유지와 안정적인 보험금 지급을 중심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건강·돌봄과 노후소득, 기업위험으로 보장을 넓히면서 자본과 위험관리 역량도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보험연구원은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2027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김동겸 금융시장분석실장은 산업 전망과 성장 제약요인을, 김해식 연구조정실장은 이에 대응할 경영·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은 “여전히 AI 시대에도 우리는 개인의 삶을 지켜야 되고 기업의 생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관리와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신시장 발굴을 위한 연구와 당국과의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박지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실손·자동차보험 개선, 판매수수료 분급, 인수합병과 사업 다각화, 회계·자본규제, 고령화·AI 전환, 법인보험대리점(GA) 관리를 현안으로 꼽았다. 수익성과 건전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며 연구원의 제안을 감독업무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동겸 실장이 발표한 보험연구원의 2026년 전망 자료에 따르면 내년 보험료 증가율은 3.5%로 올해 예상치 8.0%의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보험료는 약 299조 원에 이르지만 증가액의 89%가 생명보험 보장성보험과 손해보험 장기손해보험에 집중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상반기 실적 개선에도 성장의 질을 제약하는 요인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순이익 증가는 보험 본업보다 투자손익에서 발생했고, 자본 증가분도 대부분 평가이익이었다. 상품·채널 쏠림이 비용 경쟁으로 이어지는 반면 사업비 증가가 새 계약의 미래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 창출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영업 확대와 함께 수익구조와 자본 효율을 점검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상품 쏠림과 수수료 경쟁, 비용관리 한계에 대응해 영업전략과 내부통제, 가격체계, 보험 인수심사를 함께 조정하는 것이 과제다. 내년 모집수수료와 건전성 관련 제도 변화가 영업 여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계약 확대뿐 아니라 계약에서 실제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김해식 실장은 회사별 강점과 기존 고객 기반에 맞춘 사업 전환을 제안했다. 건강보험은 예방·회복·돌봄 서비스와 연결하고, 연금은 퇴직연금과 평생 소득보장을 결합하는 방향이다. 필요할 때 자금을 찾는 유동성과 장기 소득보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AI·사이버·기후·기업위험도 성장 영역으로 제시했다. 다만 보장 영역을 넓히려면 산업별 위험자료와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보험료·보장조건, 인수 한도와 재보험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장 가능성만 보고 상품을 늘리기보다 손실 감당 능력에 맞춰 위험을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 보장을 위한 자산·자본관리 역시 김해식 실장이 제시한 과제다. 보험금·해지환급금 지급 흐름과 금리·신용위험의 동시 악화를 고려해 자산을 관리하고, 위험 진단을 상품·자산·재보험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봤다. 개선조치의 책임자와 이행기한, 재점검 절차도 명확히 하도록 제안했다.
비용 대응에 대해서는 “보험료 인상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험금 원가와 판매·운영 비용을 함께 점검하고,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발생 원인부터 개선하는 방식이다.
김해식 실장은 판매보수에 신규 계약뿐 아니라 계약 유지와 사후관리 성과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지율과 계약 전환, 민원으로 판매의 질을 평가하고 보험금 청구·지급 업무에서는 처리 속도와 오류, 지급 품질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 활용도 도입 자체보다 실제 생산성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처리시간 단축 효과뿐 아니라 오류 수정·복구 비용까지 따지고, 외부 위탁 업무에 대해서도 보험회사가 품질과 위험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품·판매채널·투자자산의 집중위험 관리도 주문했다.
여러 회사가 비슷한 상품과 가정에 의존하거나 특정 채널·차주에 쏠리면 같은 충격에 동시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식 실장은 문제가 생겼을 때 구조를 수정할 책임자와 기한을 명확히 하고, 주주·판매채널·위탁업체 등의 책임도 구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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