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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퇴임 후 암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유산 지키기’에도 고전하는 모습이다. 본인 이름을 딴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며 회고록 집필과 순회강연에 분주한 전임자들과 전혀 다른 처지에 놓였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바이든이 재임 기간 인지력 저하와 건강 악화를 숨겼다는 폭로들 속에 반세기 정치인생의 정점이어야 할 대통령 재임기가 오히려 논란에 휩싸였다고 짚었다.
바이든도서관 건립비 모금 또한 여의치 않다. 일단 차세대 민주당 리더의 대권을 위한 가교 구실을 하겠다는 바이든 약속이 지켜지지 못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인 것으로 WSJ에선 분석했다. 바이든은 고령과 건강 우려에도 재선 도전을 고집했다가 당 안팎의 압박에 후보직을 사퇴했으나 때를 놓쳐 2024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최소 몇 년간 전직 대통령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도서관 건립 비용에 지갑을 여는 게 일반적이므로, 중대 지병이 알려져 모금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보기도 한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강연과 회고록 집필만으로 재임 시 연봉인 40만 달러(2001년 이래 5억3000만 원)의 몇 배~몇십 배 수익이 생긴다. 특히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는 부부 각자 내지 협업 형태로 거액의 수입을 창출해 유명하다. 공화당 소속 대통령들 가운데 냉전 종식을 이끈 주역으로서 해외 강연 요청이 많았던 로널드 레이건(1981~89 재임), 걸프전쟁에 이어 9.11테러 및 테러와의 전쟁을 겪은 (아버지·아들) 조지 부시(각각 1989~93·2001~2009 재임) 등 역사적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앞지른 수준이다.
여기서 이례적인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이 바이든이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강연료가 오바마보다 낮으나 아직 그를 부르는 곳이 많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여움을 살지 모를 초청 인사를 주저하는 경향이 일부 소식통에 의해 언급되기도 하지만 현직 시절부터 ‘역대 최하’로 평가된 바이든 존재감과 무관할 수 없다. ‘손주들에게 남길 재산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도 지적된다. 바이든의 장남 보가 2015년 46세 때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고 다섯 자녀를 가진 차남 헌터에겐 이렇다 할 일자리가 없다.
바이든이 손주들을 위한 재정 부담을 일부 져야 한다는 사실을 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보의 딸·아들은 스무 살 전후로 고등교육 학비가 들어갈 연령이며 차남 헌터에겐 세 명의 여성에게서 난 5세·6세 유아 포함 다섯 명의 자녀가 있다. 더구나 헌터는 마약·총기소유 문제로 법정에 섰고 바이든 부통령 시절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임원에 초빙돼 거액 연봉을 챙긴 사실로 트럼프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왔다. 퇴임 직전의 부친에게 사면돼 구설수에 오른 헌터가 향후 제대로 된 수입을 가질 가능성 역시 낮다.
바이든의 상황을 계기로 전직 대통령들 퇴임 후 수입이 눈길을 끌게 됐다. 2016년 4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이 공개한 소득신고서에 따르면 남편 빌 클린턴(1993~2001년 재임) 수입을 합해 총소득 1060만 달러(약 116억6000만 원)였으며 주 수입원이 강연(670만 달러)과 저술(310만 달러)이었다. 클린턴 부부 소득신고서엔 이들이 2015년 342만 달러(약 37억6200만 원)의 연방소득세를 낸 것으로 나타났는데, 당시 힐러리가 공약한 ‘버핏세’(부유세)의 적용 대상이자 누진세 적용대상에 해당했다.
클린턴 부부가 104만2000달러를 기부했을 때 100만 달러는 ‘클린턴 패밀리 재단’으로 간 것이어서 ‘그것도 기부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의 목소리가 솟았다. 클린턴패밀리재단은 클린턴 부부 개인 자선 기부를 관리하는 비영리 단체로 공공 기부를 받는 클린턴재단과 구별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퇴임 당시 성추문(르윈스키 스캔들) 관련 각종 법정소송 비용으로 500만 달러 빚을 졌지만 회고록 ‘나의 인생’ 선인세 1500만 달러를 받아 단숨에 해결했으며, 이후 그에겐 강연료로만 돈방석에 앉았다는 비아냥어린 평가가 뒤따랐다. 2001~2013년 벌어들인 돈만 1억600만 달러(약 1500억 원)였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단연 오바마일 것이다. 2025년 현재 약 7000만 달러(약 940억 원)로 추정되는 그의 순자산은 대부분 퇴임 이후 늘어났다. 2017년 펭귄 랜덤하우스와 회고록 ‘약속의 땅’과 부인 미셸의 ‘비커밍’ 집필 계약으로 약 6500만 달러(약 870억 원) 선인세를 받았다. ‘비커밍’은 2018년 출간 첫날부터 미국·캐나다에서만 약 72만5000부가 팔렸고 2019년까지 전 세계 10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오바마는 퇴임 후 강연 회당 40만 달러(약 5억3000만 원)를 받았으며 60만 달러를 수령한 적도 있다.
무엇보다 오바마가 퇴임한 첫해 9월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인 노던 트러스트·칼라일그룹·캔터 피츠제럴드에서 각각 40만 달러씩 총 120만 달러(약 16억 원) 강연료를 받아 비판이 쏟아졌다. 2009년 취임하자마자 월가를 향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자들이 책임지지 않고 고액 연봉과 보너스를 받는다며 ‘살찐 고양이’라고 몰아세운 것과 모순된 행보였기 때문이다. 이 일로 미 보수 언론 폭스비즈니스로부터 오바마는 “월가의 신입 ‘살찐 고양이’”로 불리게 됐다. ‘살찐 고양이’란 탐욕스럽고 부당하게 돈을 많이 번 기업가·정치인·투자자 등을 가리키는 경멸적 은유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부부는 2018년 넷플릭스와 약 5000만 달러(약 670억 원) 규모의 콘텐츠 제작 계약을 체결했으며,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을 설립해 다큐멘터리와 영화 등을 제작하고 있다. 2022년엔 오디오북 및 팟캐스트 플랫폼인 오더블과도 계약을 맺었다. 오바마 부부가 퇴임 이후 수익만으로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자산가 반열에 오를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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