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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권교체 이후 여권이 주도하는 대규모 특별검사 수사, 이른바 ‘동시다발 특검’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이미 국회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특검법’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 △해병대 고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방해 의혹 관련 특검법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불법 선거 개입 의혹 관련 특검법 등을 차례로 통과시킨 바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와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아래서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특검이 좌초됐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통해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이 되는 만큼,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돌이 줄어들고 특검이 실제로 강행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내란 종식을 위해 책임·동조자를 다 찾아내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검해야 한다고 본다”,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직접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윤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이 새로 발의돼 의결된 상태다.
본회의에서 법안이 가결되고 대통령이 이를 공포하면, 특검 준비위원회가 인적·물적 인프라를 마련하는 절차를 거쳐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내란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이 시행될 경우 전·현직 고위 관료는 물론 국방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대규모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회를 뒤흔들 수 있는 '게이트급 수사'가 한꺼번에 진행되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전방위적이고 강도 높은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단순한 개인 비위 차원을 넘어선 대규모 수사가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검 수사 대상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명품 가방·목걸이 수수 의혹 △코바나컨텐츠 기업 협찬 의혹 등 김 여사의 개인 비위는 물론 명태균 씨 및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국정·인사 개입 의혹 △김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무상 여론조사 수수 및 대가성 공천 개입 의혹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관련 국가계약 개입 의혹 등까지 망라됐다.
이들 사안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 중이거나 처분이 내려졌지만, 특검이 가동되면 기존 수사를 전면 재검토하는 형태의 ‘재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대법원을 겨냥한 ‘사법 남용 특검’도 본격 추진할 태세다. 앞서 이재강 민주당 의원 등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문제 삼아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발의했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대법원은 2심의 무죄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는데, 민주당은 이 판결이 “충분한 기록 검토·논의 없이 이례적으로 선고됐다”고 비판하며,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주장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4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강력히 경고한다. 청문회에 불출석하고 국민의 요구에 불응하면 국정조사나 특검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사법 쿠데타에 대한 사과 및 사퇴라는 국민의 요구에 즉각 응답하기를 바란다”고 밝힌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3차 TV토론에서 “대법관에 대한 특검이나 탄핵은 제가 지시한 바가 없고 (대법관 증원 관련) 법률 개정 시도도 개별 의원들이 하는 것이 문제가 되니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지만, 특검 추진 논의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이달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제가 겪은 많은 일 중에 가장 황당한 일”이라고 밝히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화천대유 50억 클럽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전세사기 특별법 등이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화천대유 50억 클럽 특검법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가 전직 법조계 고위 인사들에게 50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 도입 법안이다. 이 법안은 ‘김건희 특검법(1차)’과 함께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거부권 사유에 대해 “여러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두 특검법안이 과연 진정으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쌍특검법이) 시행된다면 오히려 공명선거에 영향을 미쳐 국민의 소중한 참정권 행사를 방해하고, 국정에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윤 전 대통령은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된 법안은 국민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을 먼저 지급한 뒤,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의 구제책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정부는 “개정안은 제대로 집행하기 어렵고 법리적 문제와 함께 다른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높다”고 밝히며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들 법안은 모두 민주당이 주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입법 독재”라며 반발했지만, 107석의 소수 야당이 된 현 시점에서는 더는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사라졌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 △화천대유 50억 클럽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1·2·3차) △채 상병 특검법(1·2·3차) △전세사기 특별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모두 민주당 단독 처리 후 재의결까지 이어진 전례가 있다.
특히 화천대유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1·2·3차)의 국회 통과 당시, 국민의힘은 본회의 표결에서 집단 퇴장하며 항의하기도 했었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안을 단독 상정·처리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통해 입법을 차단하는 전략을 써왔지만, 민주당이 여당이 된 지금은 그마저도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결국 야당으로서는 여론전에 의존하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는 현실론이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본회의가 열리면 들어가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여론에 호소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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