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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집단 소송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이용자 지표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앱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논란 이후 쿠팡 앱의 주간 활성이용자 수(WAU)는 한 달 전보다 4% 이상 증가했고,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이용자 역시 동반 성장했다. 쇼핑·배송·콘텐츠·배달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낸 ‘락인(lock-in) 효과’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빠른 배송과 무료 반품, 와우 멤버십 혜택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쿠팡은 이미 하나의 생활 인프라가 됐다.
그러나 이 견조한 성장 곡선의 이면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있다. 현장 셀러들 사이에서는 “이용자는 남았지만, 셀러는 소모된다”는 냉소가 퍼진다. 플랫폼의 편리함을 떠받치는 비용이 중소 셀러들의 손실과 리스크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 셀러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가장 큰 착시는 ‘매출의 환상’이다. 월 매출 1억 원을 달성해도 실제 손에 남는 순이익은 6%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장의 중론이다. 판매 수수료와 광고비, 물류비를 차감하고 나면 남는 것은 생각보다 적다. 문제는 정산 구조다. 판매 대금은 최소 한 달, 길게는 두 달 뒤에 지급되는데, 그 사이 셀러는 재고 확보와 광고 집행을 위해 현금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 매출이 늘수록 현금 흐름은 오히려 악화되는 역설에 빠진다.
주정산 방식의 경우, 구매 확정 후 약 3주 뒤 판매대금의 70%만 지급되고 나머지 30%는 다다음 달에 들어온다. 이 70% 역시 각종 비용이 이미 차감된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월 매출의 1.5배 이상에 해당하는 운영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본 여력이 부족한 셀러일수록 “팔수록 숨이 막힌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광고 시스템 역시 또 다른 함정으로 지목된다. AI 기반 자동 집행으로 접근성은 높지만, 광고 성과 지표가 실제 손익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광고비에 부가세가 별도로 붙는 구조나, 반품·쿠폰 할인 금액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성과가 표시되면서 광고 효율이 실제보다 과대 평가되는 경우가 잦다. 숫자는 좋아 보이지만, 정산서를 받아드는 순간 손실이 확인되는 구조다.
리스크 전가 문제는 더 구조적이다. 경쟁 셀러의 신고 하나로 판매가 즉각 중단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한 셀러는 겨울 시즌 상품에 총 5,500만 원을 투자했으나, 시즌 초입 경쟁자의 신고로 판매가 정지됐다. 소명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순위는 급락했고, 시즌은 사실상 끝났다. 그는 이익 없이 재고를 덤핑하거나 기부해야 했고, 약 1,500만 원 상당의 재고 손실을 떠안았다. 플랫폼은 수수료와 광고비를 확보했지만, 손실은 전적으로 셀러 몫이었다.
소비자 사용 중 발생한 사고 역시 셀러에게 전가된다. 제조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정책상 소명과 보상 요구, 심지어 법적 대응까지 감당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판매 중단은 반복된다. 현장에서는 “판매자의 성공이 곧 쿠팡의 성공”이라는 슬로건이 “판매자의 실패 역시 쿠팡의 매출”로 번역된다는 자조가 나온다.
‘아이템 위너’ 제도와 자사 브랜드(PB) 확대 역시 불안을 키운다. 동일 상품으로 묶일 경우 가격이 낮은 판매자가 노출을 독점하면서 기존 셀러가 쌓아온 리뷰와 트래픽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여기에 외부 셀러가 검증한 시장에 쿠팡 PB가 진입해 상단을 점유하는 구조는 ‘심판이자 선수’라는 공정성 논란을 낳는다.
실패를 경험한 한 셀러는 냉정한 결론을 내렸다. 문제의 본질은 로직이나 광고가 아니라 ‘상품’이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가져올 수 있는 상품으로 레드오션에 뛰어들고, 자본력 경쟁에 휘말린 순간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그는 “레드오션이라면 그 안의 작은 블루오션을 먹어야 하고, 대중적 수요보다 별난 수요를 공략해야 한다”며 “국내에 없거나, 있어도 상위권에 없는 상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셀러 리스크 전가 논란과 관련해 “쿠팡은 판매자와의 동반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은 “정산 구조와 수수료 체계는 사전에 명확히 고지돼 있으며, 판매자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산과 관련해서는 “구매 확정 및 반품 가능 기간을 고려한 구조로, 소비자 보호와 판매자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장치”라고 강조했다.
광고 시스템에 대해서도 쿠팡은 “AI 기반 자동 광고는 셀러의 선택 사항이며, 광고 성과 지표와 비용 구조는 관리자 화면을 통해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며 “광고 집행 여부와 규모는 전적으로 판매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반품·할인 등으로 인한 실질 수익과 광고 성과 간 괴리에 대해서는 “셀러 교육과 가이드 강화를 통해 오해 소지를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판매 중단 및 신고 제도와 관련해서는 “지식재산권 침해, 안전성 문제 등 소비자 보호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신속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악의적 신고로 확인될 경우 이를 제재하는 내부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제재 사례나 통계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아이템 위너’ 제도와 자사 브랜드(PB) 확장에 대한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쿠팡은 “동일 상품 내 최저가·최적 조건의 판매자를 노출하는 것은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이라며 “PB 상품 역시 일반 셀러와 동일한 기준과 정책을 적용받는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플랫폼은 거래의 장을 제공할 뿐, 개별 판매자의 가격·재고·상품 전략에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쿠팡은 끝으로 “플랫폼 생태계는 일부 성공 사례뿐 아니라 다양한 도전과 실패를 포함하는 구조”라며 “셀러 교육, 데이터 분석 도구 제공, 글로벌 판매 지원 등 중소 판매자의 성장을 돕기 위한 투자와 지원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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