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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강원 화천, 충북 충주·제천, 경기 여주 등 전국 곳곳이 큰 피해를 입자, 행정안전부는 8개 지역을 19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 기업이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피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특별재난지역이 무슨 의미냐”는 자조와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제도는 갖춰져 있지만, 피해 현장에서의 체감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강원 화천 △충북 충주·제천 △경기 여주 △광주 북구 △전북 정읍 △전남 담양·장성 △경남 합천 등 8개 시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공공시설 복구비 국고 부담 △사유시설 복구비 일부 지원 △재난지원금 지급 △세금 감면 및 융자 지원 등의 조치가 발동된다고 설명한다. 또 행안부는 경기도·충남 등에 25억 원, 광주·전북·전남·경남 지역에 55억 원 규모의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를 긴급 지원했다. 해당 예산은 이재민 구호, 응급복구, 2차 피해 예방 등에 쓰인다.
중소벤처기업부도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을 시행 중이다. 연 2% 저리로 최대 1억 원 대출이 가능하고, 기존 대출은 1년 만기 연장 및 최대 6개월 원리금 상환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보증재단은 최대 3억 원 보증을 제공하며, 노란우산공제 가입자에게는 최대 2000만 원의 무이자 대출이 지원된다. 단, 피해 금액이 100% 보전되는 것은 아니다.
복수 제보자에 따르면 지원 신청을 위해선 ‘재해확인증’이 필수이며, 해당 증명서를 지자체나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에 제출해야 한다. 제도는 정교하게 설계돼 있지만, 실제로 혜택이 당장 필요한 이재민들에게 제때 도달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제도의 외형과 달리 피해 주민들은 보상 체계의 실효성에 깊은 회의를 표하고 있다. 경남 합천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이번 폭우로 약 3,000만 원 상당의 농자재 피해를 입었지만, “지원을 받아도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일 뿐”이라며 “이 돈으로는 하우스 비닐 한 동도 못 덮는다”고 토로했다.
특히 자가 소유가 아닌 임차 시설의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원 금액이 대폭 줄어든다. 피해 면적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서류가 미비할 경우에도 보상 대상에서 배제된다. A씨는 “언론 보도만 보면 특별재난지역이면 정부가 다 해주는 줄 알지만, 막상 지원을 받아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며 “결국 대부분은 자기 몫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사유시설 복구비 지원은 ‘실손 보전’이 아닌 ‘일부 지원’ 원칙에 따라 이뤄진다. 행정안전부 고시에 따르면 농작물 피해는 헥타르(ha) 단위로 산정되고, 지원 상한선이 존재한다. 농경지 피해는 면적과 단가 기준에 따라 계산되며, 융자 포함 방식으로 지원된다. 비닐하우스, 축사 등 시설물이 자가 소유가 아니거나 단순 침수 피해일 경우 보상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기후위기로 인해 국지성 호우와 ‘부분 피해’가 일상화된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전히 ‘눈에 보이는 피해’ 중심의 평가 방식이 적용돼,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록에는 “비닐하우스 부분은 안 되고, 철재 부분에 대해서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는 발언이 기록되기도 했다.
고령층이나 정보 접근성이 낮은 이재민은 피해 접수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요구 서류가 많아, 피해 사실이 명백함에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재해확인서, 토지 및 시설 소유 확인 서류, 피해 사진, 위성 지도 기반 면적산정 자료 등을 갖춰야 하고, 대부분 온라인 신청 방식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전국재해구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 피해자 10명 중 3명(28.5%)은 “절차를 몰라 신청을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임차농 △미등기 건물 거주자 △비공식 상가 운영자 등은 재산권을 증명하기 어려워 접수 자체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 “공식 절차에 들어올 수 없는 사람이 많다는 건, 재난 행정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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