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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등 15개국이 유엔 장관급 회의를 계기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위한 의사 표현을 거듭 호소했다. 지난달 말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뉴욕에서 프랑스가 14개 국가와 함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지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며 “지지하지 않은 국가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들 15개국이 28∼29일 이틀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위한 장관급 회의 종료 후 공동 성명을 냈다. 사우디·카타르·이집트 등 아랍권 역시 예고대로 하마스를 향해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에 무기를 반납하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이다.
프랑스 외에 캐나다·호주·안도라·핀란드·아이슬란드·아일랜드·룩셈부르크·뉴질랜드·노르웨이·포르투갈·산마리노·슬로베니아·스페인·몰타가 공동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전 세계 총 18개국(사우디·카타르·오만·아프가니스탄·이란·파키스탄·방글라데시·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북한·알제리·리비아·수단·모리타니·쿠바·베네수엘라·볼리비아)이 이스라엘과 미수교 상태다. 이스라엘과 상호 대사관 개설 목전까지 갔다가 하마스 기습 및 전쟁으로 좌절한 사우디는 수니파 맹주 입장상 이슬람 형제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가자문제 수습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으며 다른 국가들은 강성 보수 이슬람국가이거나 반미 성향 때문이다.
알제리처럼 자국 독립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프랑스를 지지했던 것에 대한 역사적 반감 때문도 있고, 이슬람혁명이나 사회주의 정권 등장과 함께 단교를 해버린 사례도 있다. 카타르·오만의 경우 이스라엘과 공식 외교관계는 없지만 경제 및 외교 채널이 존재한다. 특히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엔 군사·경제적 교류가 존재해 왔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서로를 필요로 한다. 국부의 원천을 석유로 할 수 없는 시대를 대비해 국가 방향성을 재설정하려는 사우디에게 이스라엘과 그 배후의 미국의 기술 지원이 필수불가결하다. 이스라엘로선 자연스레 사우디 행보에 동조하게 될 여러 이슬람국가들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중단 상태엔 도널드 트럼프의 중동 평화구상인 ‘아브라함 협정’이다.
또 프랑스는 “가자지구의 ‘전후 질서’를 위한 체계 구축에 전념할 것을 천명한다”며 전후 질서의 목표로 △가자지구 재건 △하마스 무장 해제 △팔레스타인 통치 구조에서 하마스 배제를 내걸었다.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주저하던 영국 정부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휴전과 두 국가 해법을 위한 장기적 평화 과정을 약속하지 않으면 9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했으며, 캐나다는 PA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짚었다. 여기엔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의 근본적인 체제 개혁 약속 △2026년 하마스를 배제한 총선 실시 △팔레스타인 국가의 비무장화 약속이 포함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오늘 아바스 PA수반과 장시간 통화해 그의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팔레스타인이 강력한 민주주의 통치체제를 가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PA 집계상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193개 유엔 회원국 147개국(바티칸 교황청 포함)이다. 2012년 유엔 총회에서 옵서버 단체(entity)에서 옵서버 국가(state)로 승격했다. 정회원 지위 획득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결이 필요한데, 2011년과 작년 4월 상임이사국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팔레스타인 정회원 승격은 부결됐다.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나라들일수록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유보적이다. 그러나 가자지구 인도주의 참상이 계속 전해지면서 이 지역 평화 정착에 ‘두 국가 해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인식이 다시 강해졌다.
전 세계인에게 희망을 준 이 방안은 1995년 극렬 시온주의자에 의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수상 암살로 무산됐었다. 팔레스타인 측 국가 경영 역량의 미비 등 현실적 어려움도 많이 지적됐으나 팔레스타인 문제의 비극을 끝낼 방법을 달리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날 24일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의향을 밝혔으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닷새 후 ‘조건부’ 동참을 표명한 가운데 서유럽 주요국 두 나라는 거부했다. ‘홀로코스트’ 부채감으로 이스라엘 옹호에 적극적인 독일, 국가로 인정부터 하는 행위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정부다.
한편 아미르 오하나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의장이 지난달 30일 “팔레스타인 국가를 원한다면 런던이나 파리, 점점 중동처럼 변해가는 여러분 나라에 수립하라”고 말했다. 크네세트 발표와 예루살렘포스트 등 보도로 오하나 의장이 이날 스위스 제네바 국제의원연맹(IPU)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해 하마스에 보상하는 것은 안정·공존·협력을 가져오지 못한다”며 이렇게 발언한 게 알려졌다. 그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주장하는 평화가 더 많은 전쟁을 불러올 뿐인 반면 우리가 싸우고 있는 전쟁은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역사의 올바른 편, 우리 편에 서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오하나 의장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마즐리스(의회) 의장이 ‘가자지구 아이가 굶어 죽는다’며 들고 나온 사진을 “가짜뉴스”로 몰아붙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사진을 종이신문 1면에 실어 가자지구 기아 위기를 보도했다가 이스라엘 정부 항의 후 해당 어린이가 ‘뇌성마비’라는 사실을 추가해 온라인 기사를 수정한 바 있다. NYT와 갈리바프 의장을 향해 “둘 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한 오하나 의장의 연설 도중 이란·예멘·PA 등 의원 대표단이 항의의 뜻으로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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