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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로 우리 기업들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부담을 떠안게 됐다. 3500억 달러는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20% 규모에 해당한다. 미국이 한국에 적용해 온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춘 대가치고는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어쨌든 관세 위기를 넘겼다고 자평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투자 부담이 커진 기업들을 더욱 옥죄는 정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노란봉투법이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이 법안은 겉으로는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안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기업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독소 조항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관세협상의 핵심 카드였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 building Great Again)’가 노란봉투법 때문에 자칫 무산될 위험에 처해 있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같은 대형 조선업체들은 각각 2420개와 1430개의 1차 협력사를 두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이 모든 협력업체의 노사쟁의 당사자가 되어 1년 내내 교섭만 하고 기업 활동은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도 심각한 수준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의 경영 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럽상공회의소도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해외 투자자들을 내쫓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 역시 이미 가속화되고 있다. 노사 갈등이 커져서 기업이 조용히 떠나면 남은 사람들만 고통받는 상황이 늘어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노조에 끌려다니다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조선업계는 다섯 개 노조가 공동 파업을 선언하고 파업 수위를 높여 가는 중이다. 업계 호황으로 일감이 늘었는데도 파업이 함께 늘어나는 이런 구조에서는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권리만 있고 책임은 없는 사회, 생산성 없는 요구만 가득한 구조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경제형벌 합리화 TF’ 가동을 지시하며 “과도한 경제 형벌로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노란봉투법 같은 반기업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번 관세협상 타결 결과 투자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미국으로 가 버리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현대차만 해도 1~3차 협력업체가 5000여 곳에 이른다. 이들이 모두 해외로 떠난다면 대한민국은 산업공동화의 늪에 빠질 것이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는 최대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반기업 3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상공회의소가 ‘우려’를 표명하는 법안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안심하고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을 적으로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있어야 국민이 먹고살 수 있다는 기본 상식을 잊어서는 안 된다. 3500억 달러 투자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기업들을 더 이상 옥죄지 말고, 오히려 격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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