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에서 범죄 피의자가 술을 마실 수 있을까?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수원지검 연어 술판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2024년 4월4일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에서 검찰이 술판을 벌이며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원지검은 “이화영이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관계자들이 가져온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최근 청문회에서 박상용 검사가 외부 음식 반입을 인정했다.
TV로 청문회 뉴스를 봤던 남편이 물었다. “검찰청에서 피의자가 술을 마셨다는 게 말이 돼?” “검찰은 말을 잘 들으면 외부음식도 시켜준다니까.” 사업을 크게 해서 송사를 경험했던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법무부는 7월말 술과 연어 제공 의혹에 대해서 실태조사한 결과 이화영과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2023년 5월17일 종이컵으로 소주를 마신 정황을 확인했다. 수원지검 입장발표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술과 음식으로 피의자에게 진술을 조작했다는 의심도 타당하다.
쌍방울그룹 직원은 연어 요리를 사서 수원지검 영상녹화실로 가져갔다. 검사는 이화영, 김성태와 함께 연어회덮밥을 먹었다고 알려졌다. 이화영과 김성태를 담당했던 교도관은 법무부 실태조사에서 “조사 직후 두 사람에게서 술 냄새가 났고 ‘술 한잔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진술했다. 쌍방울 직원들이 검찰청에서 김성태를 만난 건 심각한 문제였다. 쌍방울 직원이 김성태 지시로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있기에 당시 교도관은 김성태의 불법 접견에 대해서 검찰에 항의했다.
그러나 박상영 검사는 술을 마신 적 없다고 잡아뗐다. 국회의원들이 지난달 22일 입법청문회에서 다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쌍방울 법인카드로 수원지검 앞 식당에서 연어를 샀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영교 의원은 연어 한판 가격이 5만원인데 주차할인(1000원)과 비닐봉투 값(100원)을 빼고 더해서 4만 9100원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공범 셋을 불렀어, 그리고 연어 파티를 열어줬어, 징계 대상이예요? 아니예요?” 박상용 검사가 머뭇거리자 서영교 의원은 다시 물었다. “그 자리에 술이 들어왔어, 징계 대상이예요? 아니예요? 징계 대상이죠?”
궁금해서 부장검사 출신 법조인에게 물었다. “검사가 피의자를 회유하는 일이 있나?” 변호사는 씩 웃었다. “피의자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밥도 사주고 술도 마시게 해준다.” 요즘은 좋아졌단다. 옛날엔 고문도 했다. 검사가 주먹으로 피의자를 두들겨 패던 시절도 있었고 말로 피의자를 고문에 가깝게 협박하기도 했었다. 예를 들자면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자였던 박연차를 수사할 때 아들과 딸을 들먹여 진술을 이끌었다고 알려졌다. 회유의 주체인 검사도 회유의 대상인 사업가도 외부음식 반입과 소주 한 잔은 기본이라고 입을 모았다.
검사가 이화영을 회유한 건 사실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화영과 김성태 진술이 핵심 증거였다. 이화영은 검찰에 “(방북 사업을)보고했다”고 말했지만 재판에서 “회유를 당한 뒤 진술을 했다”고 말을 바꿨다. 김성태도 검찰에 “(대통령이)부지사와 전화로 통화했다”고 말했지만 진술을 바꿨다.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은 국회에서 “검찰 압박으로 김성태가 거짓 진술을 했다”고 증언했다.
KH그룹은 정치권 회유를 폭로했다. 조경식은 수배중인 KH그룹 배상윤 회장으로 하여금 귀국해서 구속되면서 이재명과 이화영을 들먹이라는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대가는 징역 3년이었다. 조경식은 친윤파 핵심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측근에게서 쌍방울과 이화영을 끼워 맞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서영교 의원이 어떻게 마무리하냐고 묻자 조경식은 징역 3년이라고 대답했다. 배상윤이 이재명을 거론하며 구속되면 3개월 뒤 병원에서 불구속 재판을 받으면서 징역 3년 정도로 끝내겠다는 회유였다.
검찰과 함께 이화영도 불신의 대상이다. 이화영은 줄곧 술자리가 6월18일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출정일지와 교도관 진술 등으로 밝혀낸 날짜는 5월17일이었다. 이화영이 날짜를 속인 까닭은 무엇일까. 법무부 조사에서 이화영은 “5․18 전날 술자리가 있었다고 알려지는 게 부담되고 죄스러웠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법조인은 회유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결정적인 진술이 언제 나왔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화영이 회유를 받고 진술한 날이 아니라 회유된 뒤 며칠이 지나서 술을 마신 날일지 모른다는 추측이었다.
검찰청과 술자리, 회유와 거짓말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피의자와 참고인을 협박하기 위한 회유가 검사의 특권이라면 수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검찰 제도를 개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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