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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 승계는 단순한 부(富)의 이전을 넘어, 기업의 생명력을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중대한 경영 전략이다.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는 기업의 영속성을 지원하는 강력한 세제 지원책으로 일정 요건 충족 시 최대 600억 원까지 공제받아 승계 과정의 세금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 오너가 혜택에만 집중하여, 공제 이후 5년간 이어지는 '사후관리' 의무라는 진짜 리스크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승계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이 사후관리 단계에서 실무상 가장 주의해야 할 핵심 쟁점 세 가지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주된 업종 유지 의무 : 사업 다각화의 함정
기업이 시대 변화에 발맞춰 신기술 도입이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 활동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세법상 '주된 업종'을 유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위험이 도사린다. 핵심은 변경된 사업 활동이 단순한 '제품 라인업 확대'인지, 세법상 기존 업종(업종코드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업의 중심축 이동'으로 해석되는지 여부이다.
예를 들어, 해외 물품을 수입해 판매하던 도매업 기업이 원가 절감을 위해 동일한 물품을 국내에서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을 경우, 세법상으로는 '제조업'으로의 업종 전환으로 판단되어 공제 요건을 위반할 수 있다. 따라서 승계 계획 초기부터 현재의 업종코드와 향후 10년간의 사업 확장 로드맵을 면밀히 검토하고, 사업 다각화가 불가피하다면 세법상 허용되는 업종의 '유사성' 또는 '대분류 유지' 범위 내에서 움직이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상속인의 지분 유지 의무 : 증자와 처분의 주의
가업을 이어받은 상속인은 상속받은 지분을 일정 기간 동안 유지해야 하며, 지분 감소는 직접적인 주식 처분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음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상속인이 유상증자 시 실권하여 지분율이 감소하거나, 상속인의 특수관계인의 주식 처분 등으로 인해 상속인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도 지분을 유지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5년간의 자본 확충 계획, 주주 구성 변화 가능성 등을 사전에 예측하고, 증자나 주식 양수도 시 상속인의 지분율과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방안을 법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고용 유지 의무 : 인력 구조 조정의 딜레마
가업상속공제는 기업의 고용 유지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을 전제로 하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고용 유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세법에서는 사후 관리 기간 5년간의 평균 정규직 근로자 수와 평균 총급여액을 기준으로 추징 여부를 판단한다.
경영 악화 등으로 인한 대규모 인력 감축, 정규직 근로자를 단기간 근로자나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행위, 총급여액의 급격한 감소 등은 세금 추징 사유에 해당될 가능성을 높인다. 매년 고용 현황과 총급여액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경영 효율화를 위한 구조 조정이 필요할 경우에도 세법상 허용되는 최소 고용 유지 기준을 준수하도록 신중하게 계획해야 한다.
승계의 성패는 '10년 로드맵'에 달려 있다
가업승계의 성공은 복잡한 세법 조항 암기가 아닌, 오너가 향후 10년 성장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설정하고 이 전략에 맞춰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승계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데 달려있다. 상속이 단 한 번의 '사건(event)'이라면, 승계는 장기적인 '과정(process)'임을 인식하고 당장의 세금 절감 효과보다 사후관리까지 포함한 중장기 전략 수립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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