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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회가 ‘지역의사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하지만, 의료계는 법이 규정한 ‘10년 의무복무’와 ‘위반 시 면허 취소’ 조항을 두고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입법”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김재연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를 만나 지역의사제의 위헌성 주장과 대안에 대해 들었다. 김 이사의 답변에는 의료 현장을 오래 지켜온 사람의 절박함과 단호함이 묻어났다.
“2025년 12월 2일은 한국 의료 헌법이 무너진 날”
Q. 법안 통과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그날을 한국 의료의 헌법적 가치가 무너진 날로 기억할 것이다. 목적은 선하다. 지역 의료를 살리자는 데 반대하는 의사는 없다. 그러나 정당한 목적이 야만적인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개인의 10년을 강제로 묶고, 이를 어기면 면허를 박탈하는 방식은 민주주의가 허용할 수 없는 조치다. 이건 단순한 직업 규제가 아니라 ‘인생 규제’다. 국가가 개인을 도구로 삼는 전체주의적 입법이다.”
“정부의 공익·자발성 논리? 법리적·현실적으로 성립 안 돼”
Q. 정부는 지역의사제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역 의료 붕괴를 막는 공익이 더 크고, 사관학교의 10년 의무복무와 유사하다는 논리인데.
“겉으로는 타당해 보이지만 법리적으로, 현실적으로 모두 성립하지 않는 주장이다. 사관학교 생도나 군인은 ‘공무원’ 신분으로 국가의 보호와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지역의사는 민간인 신분이다. 의무만 있고 보호는 없는 구조다. 이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Q.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핵심 근거는 무엇인가.
“첫째,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다. 헌법은 개인이 어떤 직업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행할지 결정할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이 법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0년을 국가가 지정한 장소에서 일하도록 강제한다. 이는 첫째, 직업 수행의 자유를 넘어 ‘직업 결정권’ 자체를 침해하는 것이다. 둘째, 거주 이전의 자유 침해다. 의무 지역에 묶여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명백한 기본권 박탈이다. 셋째, 평등권 침해다. 동일한 국가고시를 통과한 의사임에도 ‘지역의사 전형’으로 입학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신분이 부여된다. 이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다.”
“또한, 국가는 기본권을 제한할 때 가장 덜 침해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을 어겼다. 정부는 지역수가 가산, 정주 여건 개선, 은퇴 의사 활용 등 덜 침해적인 대안을 충분히 시도하지 않고 곧바로 ‘강제 복무’라는 가장 거친 방법을 선택했다. 면허 취소는 생계를 송두리째 빼앗는 직업적 사형선고다. 지원금 반환이나 위약금 같은 단계적 제재도 가능한데 최후수단을 바로 꺼낸 것은 바위로 달걀을 깨는 격이다.”
“의사에게 족쇄를 채우는 순간, 지역 의료는 더 붕괴된다”
Q. 정책적 실효성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보나.
“백번 양보해 법리적 문제를 제쳐도 이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강요된 의무는 자발적 헌신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은 지역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착하려는 의사를 원한다. 10년만 채우고 떠날 날만 기다리는 의사에게 환자가 신뢰를 보낼 수 있겠나? 이는 주민에게 ‘조건부 진료’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
아울러 ‘낙인효과’도 우려된다. 의료계 내부에서 서열화가 생기고 지역의사는 ‘2등급 면허’라는 낙인을 받을 위험이 크다. 이는 환자들이 더더욱 수도권의 ‘1등급 의사’에게 몰리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 사정이나 병원 폐업 같은 불가항력적 상황이 있어도 면허를 취소한다는 발상은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처벌 위주 정책의 전형이다.”
“해법은 강제가 아니라 강력한 유인책”
Q. 그렇다면 지역 의료를 살릴 방법은 무엇인가.
“해법은 의사를 묶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살리는 것이다. △파격적인 지역 수가 가산 △정주 인프라 개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국가 책임제 도입 △지역 병원 기능 강화와 법적 안전장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의사는 ‘가라면 가는’ 존재가 아니라 환자를 살려야 하는 전문가다. 전문가가 소신 있게 일할 환경을 만들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지역으로 간다.”
Q. 앞으로 의협은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있나.
“헌법소원은 불가피하다. 이는 의사들의 밥그릇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개인의 기본권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헌법적 경계선’을 세우는 문제다. 족쇄 찬 의사가 아닌, 자긍심을 가진 의사에게 진료받을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척박한 땅에 억지로 심은 나무는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지역의사제가 희망이 아니라 독초가 될까 두려운 마음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채찍을 거두고 의료계와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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