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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청년들에겐 ‘캥거루족’ 또는 ‘니트족’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캥거루족’은 부모의 경제적 보호 아래 사는 청년으로, 자립하지 못해 캥거루처럼 부모의 품 안에 산다는 자조적 표현이다.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학교에도 다니지 않고 일도 하지 않으며 직업 훈련조차 받지 않는 청년을 의미한다.
이 두 표현의 이면에는 모두 청년의 게으름이나 무책임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다.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만 20~34세 청년 중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45.5%에 이른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집값 부담으로 독립을 미루는 청년이 절반을 넘는다. 서울에서 원룸을 구하려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은 기본이다.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월급이 평균 240만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월세만으로 소득의 25% 이상이 빠져나간다. 여기에 식비·교통비·통신비 등이 더해지면 저축은 거의 불가능하다. 독립은 선택이 아닌 ‘사치’다.
청년 고용의 불안정도 문제다. 2024년 청년(15~29세) 실업률은 7.1%로 전체 실업률(2.7%)의 약 3배 수준이다. 비정규직 비율도 40%를 넘고, 청년층은 첫 직장을 평균 1년 2개월 만에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해도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 결국 이들은 독립할 수 없게 되고, 부모와 살며 돈을 아끼는 캥거루족이나, 애초에 구직을 포기한 니트족으로 남겨진다. 물론 자영업·1인 창업·유튜버·디지털 노마드 등으로 독립을 시도하는 청년들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회적 안전망 바깥에 있다. 고용보험·퇴직금·산재보상 등으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년의 독립은 개인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일까. 이제는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주거·노동·복지·교육이 하나로 연결된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청년 정책 역시 일회성 현금 지원이나 단기 아르바이트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립형 기초생활, 지속 가능한 공공 주거, 공정한 노동 조건, 그리고 사회적 신뢰 회복이 절실한 이유다.
이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청년 독립을 둘러싼 위기를 겪었고, 다양한 정책 실험을 해 왔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청년의 자립을 사회의 공공 책무 관점에서 접근한다.
예컨대 독일은 ‘듀얼 시스템’이라는 직업 교육 체계를 통해 청년이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곧바로 기업 연계 훈련을 받으며 임금을 받도록 돕는다. 직업학교에서 주 1∼2일 수업을 듣고, 나머지 날은 실제 기업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는다. 이 과정에서 청년은 학자금 대출 부담 없이 실무 경험과 수입을 동시에 확보한다. 또한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보조금과 저렴한 공공 임대주택도 제공된다.
프랑스는 2017년부터 청년층의 기본 생계를 보장하는 ‘청년 보장제’를 전면 도입했다. 일정 소득 이하의 청년들에게 매달 약 500유로(약 70만 원)를 제공하고, 동시에 고용센터와 협력해 직업 상담·교육·훈련을 병행한다. 이 제도를 통해 청년들이 구직이나 훈련을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사회와 연결되도록 유도한다.
핀란드도 모든 청년에게 25세 이전까지 개별 맞춤형 진로 계획을 설계해 주는 ‘청년 보장제도’를 시행한다. 졸업 후 3개월 이내에 직업·교육·훈련·워크숍 중 하나를 반드시 제공하며, 이를 통해 니트족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청년을 사회적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가능성을 키워야 할 시민으로 본 결과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청년 독립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임을 잘 보여준다. 주거·고용·교육·복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청년은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다.
청년이 독립할 수 있으려면 경제적 자립을 넘어 미래를 설계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혼자 사는 것이 독립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상태가 진정한 독립이다.
캥거루족과 니트족이라는 낙인 대신, 청년을 하나의 시민으로 존중하고 뒷받침할 사회적 공감대가 절실하다. 지금 우리가 그 기반을 마련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더 깊은 그늘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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