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8º
습도 80%
강릉 26º
습도 85%
목포 26º
습도 85%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소재의 명문...'))
미국 교육부는 28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소재의 명문 사립 듀크대가 ‘듀크 법학저널’ 게재 논문 선발 시 인종차별정책을 시행한 혐의를 포착해 조사에 착수했다. 교육부 성명에 따르면 “듀크대에서 학술지 관련해 인종·피부색·출신(국가) 등 요소를 차별적으로 취급했다는 최근 보도에 따른 것”이다. ‘(자기소개서에) 소수 인종임을 밝히면 가점을 준다’고 별도 안내를 받았다고 전한 캠퍼스 리폼 기사를 말한다. 캠퍼스리폼은 고등학술기관의 워키즘을 비판해 온 온라인 매체다.
학술지 게재란 해당 연구자의 ‘논문 수·질’을 보증하는 지표로서 훗날 취업 시 당락을 좌우할 주요 ‘자산’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은 하버드대 역시 4월 비슷한 이유로 교육부 조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하버드 로스쿨 학술지가 소수인종 저자의 논문만 신속히 심사해 특혜를 줬다는 혐의였다. 당시 조치는 연방정부가 하버드대에 대한 23억 달러(약 3조2000억 원) 자금의 지원을 동결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후 이뤄졌다. 이를 트럼프 식 길들이기 시도로 본 국내외 주요 매체들의 논조처럼 문제가 단순치 않다.
정치 입문 이래 시종일관 언론의 편향성을 질타해 온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자, 특히 4년 만에 압승으로 백악관에 복귀한 이래 ‘좌편향된’ 모든 것과의 전면전에 나선 모양새다. 현재 주 목표가 명문 고등교육기관 등 학술계인 것은 이들이 세상과 역사를 반미·반자본주의·반기독교적으로 해석하게 한 ‘비판적 인종이론’과 ‘젠더 이데올로기’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500여년 인류사의 어두운 측면에 집중함으로써 문명사를 기존과 전혀 다르게 해석한 관점들이다.
15세기 대항해시대 이래 세계사의 중심은 서구인들의 세력 확장과 패권 다툼이었다. 포르투갈·스페인 주도로 개척된 신대륙, 인도·태평양에 진출한 네델란드, 이후 지배권을 둘러싼 프랑스·영국 쟁탈전, 결국 대영제국 시절의 영국이 세계사의 주역을 차지했다. 값싼 자원·노동력과 시장 확보라는 근대 자본주의 속성 자체가 두 번의 세계대전을 불렀고 이를 수습한 미국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다만 이 처절한 살육과 약탈 과정에서 인류는 인권과 법치를 이끌어 냈다. 제국주의 열강의 도래로 전통과 구습의 굴레가 무너지기도 했기에 과거사를 선악·시비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비판적인종이론’은 근대·현대 문명사 전반을 백인남성이 약자를 유린한 것으로 보게 만든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젠더이데올로기는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가 성(性)역할 분담을 통해 한층 제도적으로 고착됐다고 본 시각에서 출발해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섹스)와 다른 차원의 사회적·정치적 신개념인 ‘젠더’를 통해 사물과 현상을 정리해 낸다. 젠더에선 남녀의 생물학적 구별이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타고난 신체 조건이 아니라 본인의 끌림이며 변경 가능할 뿐 아니라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용인해야 인권 존중으로 인정된다.
이런 입장은 기독교 존재감이 크게 약화된 서유럽에선 1980년대 완성됐으나 복음주의 기독교 풀뿌리 세력이 강한 편인 미국에선 탈냉전 시대 내내 겪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2008~2016) 뚜렷한 흐름을 보였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 때(2020~2024) 더 강화됐다. 이 시기 미국 유학한 후 귀국해 오피니언 리더가 된 사람들 대부분이 이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 이전 한때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가 금기시됐고 문서 성별란에 LGBTQ를 넘어 X까지 등장한다. 따라서 1월 그의 취임 직후 “미국에 성별은 남녀뿐”이라고 선언된 것을 문명사적 저항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워키즘 정책의 논리를 생산하는 곳이 학술계이며 명문대일수록 그렇다. 미 뉴스 & 월드 리포트(2024~25년)에 따르면 전미 대학 순위에서 듀크는 1500개 이상의 평가 대상 중 (존스홉킨스·칼텍·노스웨스턴대와 공동) 6위를 차지해 2006년 이후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세계 대학 랭킹 62위인 조사 결과도 있으나 타임스고등교육(THE) 전 세계 대학 순위에선 27위였고 의대·로스쿨·공공정책 등 분야 최상위권 성적을 보였다. 특히 법조계 전문 미디어 ‘어버브 더 로’(ATL)는 듀크대를 로스쿨 순위 1위로 꼽았다.
듀크대 또한 젠더 및 페미니즘 전공 아래 퀴어(동성애)이론·트랜스젠더연구·페미니즘 정치철학 등을 가르친다. 학내 활동 분야 관련해 성소수자 권리와 포용을 강조하는 점, 일부 보수 언론 및 시민단체들로부터 ‘정체성 정치’를 지적받아 온 것 등 모두 서구 명문 대학들에 공통된 특징들이다. 그럴수록 연방 자금 지원을 받기 쉽다는 게 이런 경향을 가속화했다. 그 배후에 연방 교육부가 있다는 게 트럼프의 판단이며 그래서 선거 공약대로 교육부 폐지 수순을 진행 중인 것이다.
미 주요 대학에선 ‘서구 고전’을 다양성(작가의 인종·젠더·계급 배경 등)을 고려한 교재로 교체하고자 노력해 왔다. 2020년 예일대가 영문학 필수 과목으로 여겨지던 것들을 제외한 게 대표적이며 다른 대학들에 파급 효과를 낳았다. 호메로스·셰익스피어·단테·괴테·톨스토이·멜빌 등이 ‘식민주의적·가부장적 세계관을 정당화한 문학’으로 비판받거나 교과목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런 변화가 다양성·포용성 증진 명분 아래 추진되지만 서구 문명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역사관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하룻밤에 읽는 보수의 역사’로 한국에 소개된 영국 철학자·작가 로저 스크러튼(1944~2020) 말을 빌면 ‘도덕적 우월감에 기반한 새로운 검열’ ‘서구 문명의 자기 부정’이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