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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해병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검팀은 31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비화폰 통신기록 확보 작업에 착수했다. 수사의 무게 중심은 급격히 대통령실과 영부인으로 기울고 있으며, 정치권 일각에선 “비화폰이야말로 구명 로비와 외압의 실체를 꿰는 스모킹건”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김건희 여사가 사용한 비화폰은 본인에게 지급된 단말기로 파악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대통령 부인이 보안 전용 통신기기(비화폰)을 상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 건 전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대통령경호처는 “국정원 보안지침에 따라 지급된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해당 단말기를 통해 윤 전 대통령, 국방부, 해병대 지휘부와 통화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단순한 통신기기 논란을 넘어 국정 개입 의혹으로 번질 수 있다.
상황 전환의 기폭제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녹취였다.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던 이 전 대표는 지인과의 통화에서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는 발언을 남겼고, 이 녹취는 공수처를 거쳐 특검으로 이첩됐다.
이에 특검은 이종호·김건희 간 비화폰 통신기록을 정밀 추적 중이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도 연루된 인물로, 이번 ‘채상병 구명 로비’ 사건에서 김 여사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핵심 증인으로 떠올랐다.
특검은 “윤 대통령이 왜 그토록 분노했는가?”, “누가 어떤 정보로 그를 자극했는가?”에 주목해왔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인물이 김 여사다. 김 여사가 임성근 1사단장을 구명하려는 로비 네트워크의 정점에 있었는데, 도이치모터스 계좌관리인 이 씨가 ‘VIP에게 말하겠다’는 녹취를 남긴 것이 결정타가 된 것이다.
특검은 김 여사가 일반 휴대전화가 아닌 비화폰을 통해 누구와 소통했는지에 주목하면서도 이 비화폰이 단순한 소통수단이 아니라, 정권 핵심부의 비공식 채널이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은 2023년 7월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이후, 경찰 수사 결과가 회수됐다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효 전 1차장·조태용 전 실장·왕윤종·이충면·임기훈 전 비서관 등 5명 전원으로부터 ‘VIP 격노’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조태용 전 실장은 진술을 번복해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특검에 확인해줬다. 이는 수사의 흐름이 ‘대통령실 주도 외압’이라는 실체로 수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검팀은 이날까지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물론, 조태용 전 실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1사단장 등 총 21명의 비화폰 통신기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비화폰 기록은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를 통해 순차 확보 중이며, 수사는 2023년 7~8월 한 달간의 통신 흐름에 집중되고 있다.
‘VIP 격노’ 회의 전후로, 실제 외압이 이루어진 핵심 시기다. 정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는 이미 상당 부분 분석됐으며, 이제 비화폰이 핵심 퍼즐”이라며 “연결고리를 통해 외압의 시점과 대상자를 정밀하게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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