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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조혈모세포) 이식 후 발생하는 중증 합병증(이식편대숙주질환, GVHD)이 회복 불가능한 장기 손상을 유발하지만 기존 1·2차 치료제의 효과는 제한적이며 고가의 3차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혈액암 생존, 그 이후를 말하다: 중증·희귀 합병증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GVHD를 포함한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화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토론회에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 소속)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의료계, 환자 단체 등이 참여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GVHD는 조혈모세포 이식 이후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장기를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자가면역성 전신질환으로, 피부, 폐, 간, 관절 등 다양한 장기를 동시에 침범한다. 질환이 만성화될 경우 장기 섬유화로 이어져 회복이 불가능한 손상과 생명 위협을 초래한다. 특히 예후가 치료 시점에 따라 급격히 달라지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핵심이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GVHD는 혈액암 생존자에게 가장 큰 위협으로 작용하며, 비재발 사망의 주요 원인”이라며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제도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곽대훈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역시 “GVHD는 단순한 이식 부작용이 아닌 치명적 질환”이라며 “1·2차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3차 치료제는 사실상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지만 현재 비급여로 인해 치료 기회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1차 치료제인 스테로이드는 장기 사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고 전체 환자의 약 70%가 반응하지 않는다. 2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JAK 저해제 역시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전체 GVHD 환자의 47%는 3차 치료제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FDA와 국내 식약처 승인을 받은 3차 치료제 ‘벨루모수딜’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환자가 월 1000만 원 이상의 치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 치료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유로 접근이 차단되는 현실은 환자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GVHD는 환자의 삶의 질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장기간의 치료, 반복 입·퇴원, 감염 위험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고 전체 환자의 75%가 소득을 상실하며 34%는 퇴직에 이른다. 치료 지연으로 인한 장기 손상과 장애는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확산된다. 실제 GVHD는 혈액암 환자의 비재발 사망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 측에서는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김은희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환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일부 치료제는 급여 적정성 평가가 진행 중이며 위험분담제, 경제성 평가 생략, 신속 등재 시범 사업 등을 통해 환자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도 “희귀·중증 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제도 개선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가 신약의 신속한 급여 등재와 다양한 치료 옵션 확보, 정부의 재정 지원 필요성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생존 이후의 삶이 위협받는 현실에서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정책적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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