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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대규모 사직 사퇴를 몰고 온 지난해 의대정원 2000명 확대로 인한 의료대란 이후 한국 의료 시스템이 붕괴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를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6일 공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의사 인력의 불균형, 왜곡된 의료 전달체계, 불공정한 보상 구조라는 삼중고에 직면했으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시스템 붕괴라는 연쇄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국책연구원 보고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행된 용역연구 결과로, 현재 한국 보건의료는 개별적 문제가 아닌 여러 위기가 중첩된 ‘복합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존의 공급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24시간 의료 길잡이' 서비스, '간병 국가동행제'와 '의료비 안심보장체계' 구축, '재택의료'와 '원격의료'를 활성화해 환자가 있는 곳으로 의료가 찾아가는 모델 도입과 같은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며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이 보고서가 지적한 의료 시스템 위기의 핵심은 의료인력의 극심한 불규형이다. 2024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충원비율을 보면, 소아청소년과 26.2%, 심장혈관흉부외과 38.1%로 극심하게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소위 인기 과목으로 알려진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은 100% 충원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의사인력 수급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 의료 분야에서 현저히 미달되고 인기과목으로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진료과목 간 격차뿐 아니라, 지역 간 의료 격차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필수의료 전문의 수는 인구 1천 명당 1.86명이지만, 비수도권은 0.46명에 불과해 지역간 격차가 4배를 넘고 있다. 지방 환자들이 서울, 특히 대형병원으로 몰려드는 '원정 진료'는 이제 더이상 특이 현상이 아니다.
특히 의료대란으로 인해 진료를 받을 기회가 줄어들자 서울에서 치료받기 위해 상경해 환자방을 임대해서 생활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의료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였음도 알려진 사실이다.
의료 전달체계의 왜곡 역시 심각한 문제다. 다시 말해, 중증·희귀질환 치료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외래환자로 붐비는 비효율이 만연한 것은 일상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급여비 점유율은 2019년 9.8%에서 2023년 14.6%로 급격히 늘었다. 이는 한정된 의료자원이 낭비되고 의료체계의 기능이 마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연구원의 보고서에는 이런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현재의 '행위별수가제' 기반 보상체계를 짚고 있다. 진료 행위의 양에 따라 보상하는 이 제도는 수술처럼 업무 강도가 높고 위험 부담이 큰 필수의료 분야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가 '노력 대비 낮은 경제적 보상(31%)'을 든 설문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이처럼 의료 시스템은 인력, 전달체계, 보상 구조의 문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붕괴라는 총체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게 보고서의 연구 결과다.
보고서는 한국 의료 시스템이 복합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며 국민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편과 과감한 제도 혁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한국 의료계는 2024년 의대정원 확대정책 도입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들이 대규모 사직해 지금까지도 복귀 문제를 두고 완전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보고서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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