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외교 통했다” 李·트럼프 첫 정상회담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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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모멘트 없었다”…李 ‘농담과 넉살’
비핵화 논의 트럼프 “김정은 만나고 싶다”
포고문 서명식서 “李는 매우 좋은 남자”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8-26 15:09:59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우려했던 충돌’을 피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외신들은 이 대통령이 회담 서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분위기를 주도했고, 이른바 ‘칭찬 외교’가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긴장감은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 특검 수사를 겨냥한 듯한 글을 올리며 “숙청 또는 혁명 같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 2월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공개 설전을 빗댄 ‘젤렌스키 모멘트’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회담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미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이 대통령의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고 보도했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을 비판했지만 회담에서는 긴장을 피했다”고 평가했다.

농담과 찬사… 트럼프 웃게 한 李

비핵화·산업·한미일 공조 논의

회담 초반, 이재명 대통령은 긴장된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찬사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우선 오벌 오피스의 리모델링에 대해 “새롭게 단장된 집무실이 참 인상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 잘 묻어나는 공간 같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최근 미국 증시 상황을 언급하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증거이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 덕분”이라고 말해 경제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세계 평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국제사회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며 외교적 영향력까지 강조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단언하며, 북미 대화 재개를 트럼프 개인의 리더십에 기대는 메시지를 던졌다.

WP는 이 장면을 두고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자극하며 회담 분위기를 관리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역시 “회담 직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특검 수사와 관련해 날 선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 대통령의 일련의 ‘칭찬 외교’가 트럼프를 웃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북한 비핵화 문제, 조선업을 포함한 산업 협력, 그리고 한미일 3각 공조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며 조속한 북미 접촉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올해 안에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해 대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산업 협력 분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조선·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이 흐름에 함께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고, 이 대통령은 한국의 세계적 조선 기술을 언급하며 “양국이 협력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상호 보완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화답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안보 의제를 넘어 산업·경제 협력으로 외연을 확장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미일 협력 문제도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억지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일본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심지어 “같이 방중(訪中)할 수도 있다. 함께 가겠느냐”는 파격적인 발언을 던졌다. 이에 이 대통령은 “오는 APEC 정상회의에서 김정은을 직접 만나자”는 제안을 내놓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양측이 안보와 산업 협력을 긍정적으로 논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당신과 100% 함께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회담 직후 백악관에서 열린 포고문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그는 매우 좋은 남자(guy)이며, 동시에 훌륭한 한국의 대표자다”라고 소개했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게 개인적 호감을 담아 ‘좋은 남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이례적인 장면으로, 이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부각시키는 대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와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 앞으로도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WP는 “두 지도자는 모두 피살 위기에서 살아남은 공통 경험을 갖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빠르게 친밀한 관계(rapport)를 형성하는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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