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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을 농협에 신고했지만 갑질로, 따돌림으로 지옥 같았다.”
농협 성추행 피해 여성(29)은 9일 “성추행도 괴로웠지만 천안농협에서 벌어진 갑질과 따돌림도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농협에서 일하고 싶었던 꿈을 이뤘지만 꿈의 직장은 20대 여직원에게 지옥이었다.
임원급인 최OO 총괄본부장이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만졌지만 농협은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시키기는커녕 화해를 종용했다. 농협이 성추행을 눈감자 가해자는 트집을 잡아서 결재를 해주지 않는 갑질로 피해자를 2년 동안 괴롭혔다.
본지가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묻자 농협중앙회는 “지방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충남지역본부가 해결할 문제다”고 말했다. 충남지역본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재택근무 조치를 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를 이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택근무와 분리 조치는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 조사가 시작한 뒤에 이뤄졌기에 농협은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해자가 징계조차 받지 않는 상황 속에서 피해자는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가해자 갑질과 동료들의 은근한 따돌림은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결국 피해자는 노동지청과 법원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성추행이 발생한 지 3년 7개월 만에 소송에서 이겼지만 상처만 가득 남은 승리였다.
성추행은 2022년 3월 회식에서 벌어졌다. 가해자 최OO 본부장의 손은 피해 여성 허리에 걸쳐졌다. 본부장은 귓속말과 함께 입을 피해자에게 대려고 했다. 얼굴을 밀치며 겨우 입맞춤을 피했던 피해자는 집에 가겠다며 차에 올랐다. 그러나 술에 취했던 가해자는 운전해 주겠다며 차에 탄 뒤 피해자 치마 속에 손을 넣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피해자는 “차마 입으로 무슨 일을 당했는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추행 사건은 동료 신고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협의 사건 처리는 의외였다. 농협은 피해 여성에게 가해자와 화해하라고 종용했다. 계약직 직원이었던 피해자에게 가해자는 징계를 받기는커녕 갑질을 일삼았다. 사소한 트집을 잡아서 결재를 거부했다. 동료들의 반응도 괴로웠다. 버티라거나 참으라던 조언은 원인을 제공해서 그렇다는 질책으로 바뀌었다. 농협에서 일하고 싶다던 피해자에게 농협은 지옥으로 변했다.
갑질에 시달렸던 피해자는 2024년 7월 천안고용노동지청에 신고했다. 성추행 사건을 모른 척했던 농협은 노동지청이 조사를 시작하자 피해자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2년이 넘도록 갑질에 시달렸던 피해자는 농협이 아닌 노동지청 때문에 겨우 가해자와 분리될 수 있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올해 10월16일 가해자와 천안농협이 피해자에게 성희롱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소송에서 이겼지만 피해자는 갑질과 따돌림에 지쳐서 지난달 농협을 그만뒀다. 사무실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서 입구에서 서성댔던 기억과 “네가 원인을 제공했다” “네가 거짓말했지?”란 말은 피해자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피해자는 회사를 떠나도 가해자는 회사에 남는 어이 없는 상황은 농협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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