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 전격 방문과 대남 확성기 재가동 위협, 한·미 당국 간 불협화음이 겹치면서 향후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단둥 방문은 북‧중 혈맹 관계 과시 및 경제·인프라 협력 강화, 최근 확산한 사망설 불식 등이 주요 목적으로 분석된다. 주목되는 바는 북의 대외 전략 및 북‧미, 역외 정세 조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재개 추진 및 다음 달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을 앞두고 중국 측과 정세 인식을 공유하거나 사전 조율을 위한 성격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최근 담화를 통해 군사분계선(MDL) 월선에 대응한 한국군의 경고사격에 대응해 전(全) 국경선에 ‘새로운 대응 수단’이 임무 대기 태세에 들어갔으며, 대남 확성기도 수일 내 대기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국 정부에 경고를 보냈다.
우리 군은 북한이 확성기를 실제 가동할 경우 비례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면 정부가 내세워온 평화·긴장 완화 기조와 충돌하고, 반대로 수위를 낮추면 유약하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등 긴장 완화 조치를 잇달아 취했다. 북한 비핵화 역시 윤석열 정부의 ‘선 폐기, 후 대화’ 기조에서 벗어나 ‘고도화 중단-축소-폐기’의 단계적 해법을 제시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이럴 때일수록 굳건해야 할 한·미동맹의 전략 균열이 우려스럽다.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가 한‧미 관계를 ‘터뷸런스(turbulence·난기류)’에 비유하며 중국을 인도·태평양의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하고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정보 협력, 대미 투자 등을 둘러싼 시각차가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화를 제안하면서 갑자기 한‧미 연례 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여기에다 미국 정부는 ‘한‧미 연합 기밀이 유출됐다’며 우리 정부와의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이 제공한 정보를 한국이 어떻게 활용할지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 국가정보원에 문제 의식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혈맹인 한국과의 동맹을 존중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6월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서 국정원 참여를 배제했다. 우리 정부가 주미대사관에 파견하려던 국정원 직원들의 미 입국 비자 발급도 보류했다. 미국 백악관 당국자는 “우리는 한국이 정보 및 방첩과 관련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양국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기를 기대한다”고 경고했다.
워싱턴DC에서 열린 개천절 행사에 미국 정보 당국자들이 일제히 불참하고 미 정부 측 참석자 직급도 낮아진 것은 작금의 한‧미 관계를 상징한다. 대미 투자와 관세부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나 핵추진잠수함 도입 협의까지 한‧미 간 주요 현안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명분보다 국익을 앞세우는 실용 외교가 성과를 내려면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한 상호주의를 지키는 동시에, 미국과는 적극적인 소통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격동기의 한반도 안보 상황에서 실용 외교는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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