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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목표입니다.”
안규백 신임 국방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발언은 단순한 의지 표명을 넘어섰다. 그것은 하나의 정책 선언처럼 들렸고, 안보 전략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정치적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청문회가 끝난 지 하루 만에 대통령실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발언의 진의가 곧바로 논란이 된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이 과연 전작권 전환을 선언할 적기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최근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의 급격한 전환이 있다. 미국은 기존의 ‘북핵 억지’에서 ‘중국 견제’로 전략의 초점을 옮기고 있으며, 일본은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통해 한반도·동중국해·남중국해를 하나의 작전전구로 통합하려 하고 있다.
11일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는 이러한 전환의 징후를 명확히 보여줬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북·중의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지목하며 사실상 중국 견제 전략을 공식화했다. 북한은 여전히 명분으로 제시되지만, 실질적 초점은 중국이라는 구조적 경쟁자에 맞춰져 있다.
일본은 이 흐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원 시어터’ 구상은 자위대가 한반도 인근까지 합법적·상시적 작전 개입 명분을 확보하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군사협력을 넘어, 동북아 지휘통제권(C2)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이며 미국도 이러한 일본의 역할 확대를 일정 부분 묵인하거나 지지하고 있다.
이 같은 재편 속에서 한국이 ‘전작권 환수’를 선언하는 것은 오히려 지휘 구조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이 실제로는 통합체계 내 전략적 고립과 역할 모호성을 자초할 수 있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전작권은 자주국방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실질적 역량이 결여된 상태에서의 전환은 허상에 가깝다. 지휘, 감시정찰(ISR), 핵·WMD 대응, 통신, 사이버·우주 작전 등 다영역 통합전(C4ISR 기반) 능력이 수반되어야 비로소 자율적 지휘권의 실질이 생긴다.
군사 전문가들이 기자에게 전한 현재 한국의 자주국방 능력은 낙제점에 가깝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감시정찰 능력은 미군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 체계는 탐지부터 요격까지 독자적 작전이 어렵고 △한국형 다영역통합작전(K-MDO)은 개념 구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사이버·우주 영역은 독립 운용 체계의 구축이 미비한 상태라는 것이다.
게다가 전작권 전환에는 수십조 원 규모의 국방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예산 확보나 실행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기반 없이 깃발만 앞세우는 전환은, 결국 형식적 환수와 실질적 종속이라는 이중 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미 국방부는 이미 주한 미군의 임무를 ‘대북 억지’에서 ‘대중 견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미국의 최신 국방전략(NDS)은 대만 유사시 동맹국의 군사 개입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작권을 전환한 한국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략에 더 깊이 개입할 것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작권 전환이 자율의 도약이 아니라, 더 큰 개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한국이 자위대의 작전 반경 확대와 미국과 일본 주도의 지휘체계 통합 흐름에 전략 없이 수용적으로 참여할 경우 ‘자주 국방’은 오히려 군사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희석될 우려가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다.
전작권 전환에 앞서 가장 시급한 것은 그에 상응하는 구조적 기반과 전략적 조건의 철저한 구축이다. 단순히 깃발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깃발이 꽂힐 수 있는 토대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전작권은 ‘환수’라는 상징 이전에, 지휘통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종합적 전력 체계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안 장관은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는 미군의 위성과 정찰 정보에 전면 의존하고 있는 감시정찰(ISR) 자산의 독립성 확보 및 탐지–경보–요격–피해복구 전 주기에 걸친 핵·WMD 대응 체계의 자립화와 독자 대응 능력이 필요하다. K-MDO의 조기 실전화를 통한 사이버·전자전·우주 영역이 지상·해상·공중 작전과 통합되는 미래 전장에 대비해야 한다. 아울러 우주·사이버 영역의 주권화에 따른 한·미 연합작전망에 전적으로 기대는 체계에서 벗어나 독자 위성통신망과 사이버 방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기반 없이 전작권을 환수하는 것은 형식적 깃발만 들고 실제 전장은 미군에 맡기는 구조를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략 없는 환수는 ‘자립’이 아니라 ‘착시’다. 지금은 선언이 아니라 설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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