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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티베트(西藏·시짱) 자치구 60주년 행사 참석차 티베트 성도 라싸(拉薩)를 찾았다. 특히 국경지대 무력 충돌을 빚은 인도와 관계 개선에 나선 직후 이뤄져 더욱 주목된다.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7월 초 90세 생일을 맞아 ‘환생에 의한 후계자 지목’ 전통의 존속을 천명하면서 일체의 간섭에 선을 긋자 중국 정부가 즉각 반박하고 나선 바 있다. 20일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전용기로 라싸에 도착한 시 주석의 행보를 집중 보도했다.
이번 방문이 중국공산당 역사상 “국가주석 자격으로 자치구 설립 기념행사 최초 참석”인 점을 부각시키며 “공산당이 티베트를 매우 중시하고 티베트족 간부와 주민에 세심한 관심을 보인다는 의미”로 설명됐다. 전통 복장 차림의 주민들이 오성홍기를 흔들며 전통춤을 추는 가운데 시 주석이 티베트 전통의 긴 흰색 스카프(하다)를 목에 걸친 채 모습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이날 티베트자치구 당위원회 등의 업무보고를 접하면서 “정치·사회적 안정” “민족 간 융합과 단결·종교 화합 유지” “국가 통용 언어·문자 보편화”를 강조했으며 “종교의 중국화 체계적 추진” “종교 사무 관리의 법치 강화” “티베트불교와 사회주의의 상호 적응 및 인도” 등을 말했다. 산스크리트어 불경 번역으로 여전히 독보적 의미를 가지는 티베트어지만 “국가 통용 언어·문자 보편화” 대목에선 향후 티베트어가 중국 내(구사자 약 600만 명)에서 더 빠르게 힘을 잃어갈 것을 예고한 셈이다. 한자로 음역 표기된 라싸(신성한 땅) 역시 본래의 뜻이 삭제된 상태다.
자치구 설립 60주년 경축행사는 21일 오전 10시다. 수도 베이징과 시차가 1시간40분 정도 나지만 공식적으론 동일시간대로 맞춰져 있다. 티베트자치구는 달라이 라마가 1959년 독립을 위한 봉기를 주도했다가 실패 후 인도로 도보 망명한 지 6년 만인 1965년 설립됐다. 내몽골·신장위구르·광시·닝샤에 이어 5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설치된 자치구다. 시진핑의 첫 티베트 방문은 부주석 때인 2011년 7월 인민해방군 진주 60주년 기념차였으며 이때부터 이미 이례적인 일이었다.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을 거쳐 1949년 10월 수립된 중화인민공화국이 1년 반쯤 지나 탱크를 앞세워 티베트를 접수한 사태의 공식 명칭은 “티베트 평화해방”이다. 이번에도 티베트 자치구 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 시 주석은 “중앙정부의 은혜”를 언급하며 “(중화)민족 단결과 안정 유지”를 역설했다. 2021년 7월 시 주석의 첫 티베트 공개 시찰에 대해 당시 로이터통신에선 “깊은 반중 저항 역사의 지역을 공개 방문해 중앙 권력에 의한 질서 확립을 외부 세계에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짚었다.
1987~1989년 라싸에서 대규모 반중 시위와 폭동이 발생했을 때 1988년 12월 현지 당 서기로 부임한 47세의 후진타오(훗날의 당총서기·국가주석)가 계엄령을 내리고 강경 진압을 지휘했다. 이를 계기로 덩샤오핑·당 중앙에 ‘신뢰감과 유능함을 갖춘 중견 간부’로 확실한 존재감을 심었으며 곧장 중앙정치국 후보위원 및 상무위원을 거쳐 빠르게 승진해 1992년 제14차 당대회에서 장쩌민의 후계로 부상했다. 공산당에게 티베트는 이런 곳이다.
건국 이래 불편한 사이인 중국·인도 관계가 티베트의 국제정치적 위상에 한몫했다. 2020년 히말라야 분쟁지역 양국 군인들 간 유혈 충돌 이후 피차 극도의 반감을 키워 그럴수록 티베트의 전략적 의미가 강화된다. 그러나 미국발 관세,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및 수습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격변 속에 인도와 중국이 관계 개선을 본격화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의 18∼20일 인도 방문에 맞춰 뉴델리 주재 중국대사관 근처에서 티베트 독립을 외치는 활동가들이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마오쩌둥·덩샤오핑은 티베트를 방문한 적 없다. 14년 전 부주석 시절 포함해 시 주석의 거듭된 라싸 방문은 중국공산당에게 ‘티베트 장악력’이 얼마나 절실해졌나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1년 역대 국가주석 최초로 티베트를 방문한 시 주석은 “한족과 소수민족이 한 가족”이라면서 “분리주의·달라이 라마 지지 세력”을 비판했고 “중국식 현대화의 길 티베트불교가 함께하도록” 촉구했다. “티베트를 지키는 게 곧 조국 수호”라며 현지 철도·도로·통신망 등 전략 인프라 건설 또한 ‘국가안보’ 측면을 주로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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