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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 오후(이하 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 젤렌스키에게 러시아 측 요구의 골자를 수용하도록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로선 수용 불가능한 내용들이기에 험난한 면담이 예상되지만 2월 백악관 방문 때처럼 전 세계 취재진 앞에서 젤렌스키가 반발 끝에 굴욕을 당하는 장면이 또 연출될지 주목된다.
15일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은 우호적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나 구체적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다만 회담 이튿날(1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러시아는 매우 큰 강대국이고 그들(우크라이나)은 그렇지 않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영토 ‘교환’을 논의한 사실을 소개하며 “합의에 꽤 가까이 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가 여기에 동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측이) 거부할 수도 있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였으나 이미 ‘노골적 압박 언사’로 받아들여지며, 합의 불발 시 젤렌스키에게 책임을 떠넘기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로이터에선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18일 트럼프·젤렌스키 백악관 회담에 유럽 지도자들이 초대됐으나 누가 참석할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후 트럼프는 내용 공유차 젤렌스키와 1시간 넘게 통화했다. 통역 없이 진행됐을 터라 긴 이야기를 나눈 셈이다. 이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 수뇌부,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핀란드의 국가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전화로 불러 30분간 설명했으며, 18일 젤렌스키와의 회담이 잘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22일 미·러·우 3자 정상회담’ 희망을 밝혔다고 보도됐다.
대화 내용을 알고 있는 한 익명 당국자가 로이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빠른 합의를 원하는 듯한 인상”이라고 귀뜸했다. 이 취재원에 따르면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우크라이나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완전 철수에 동의한다면 다른 전선을 동결할 용의가 있다’는 푸틴 제안을 전달했다. 주요 공업지대인 루한스크 거의 전부와 도네츠크 4분의3이 러시아에 점령된 상태인데, 주민 대다수가 러시아계로 2014년부터 우크라정부군과 내전에 돌입해 있었기에 이번 전쟁으로 ‘해방됐다’고 주장하는 곳이다. 그 직전 주민투표로 러시아에 편입된 크림반도 역시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 ‘선사됐던 땅’일 뿐 러시아 정체성이 우세하다
따라서 최소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포기’라는 푸틴 측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협상 진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평화협정 체결 시 러시아의 향후 침략 없음 약속을 협정에 포함시키겠다’는 게 트럼프의 중재안이다. 그러나 올렉산드르 메레주코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장이 로이터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일시적 휴전이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을 고집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로선 큰 위험’이라고 호소했다. 푸틴이 원하는 평화협정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가’ ‘우크라이나 탈나치화(강성 민족주의 자제)’ ‘러시아 언어 및 정교회 허용’ 등이 포함돼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토로했다. 러시아가 ‘끝까지 갈 태세’인 가운데 결국 우크라이나의 선택만 남았다.
우크라이나 여론 또한 많이 변했으나 공개적인 현실적 발언은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되도록 빨리 전쟁을 끝내자’ 응답이 22%(2022)→27%(2023)→52%(2024) 추세였는데 금년 들어선 전쟁 조기 종식 지지율이 70%에 육박했다. 반면 2022년 당시 82%였던 ‘영토 양보 절대 불가’ 응답은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KIIS) 조사 결과 58%(2024)로 떨어졌다. 더욱 최근 조사에선 ‘영토 손실을 수용할 수 있다’ 응답이 38%였다.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지지하는 우크라인 중 약 52%가 ‘평화 대가로 일부 영토 양보를 열어둘 수 있다’고 답했으며(유보적 10%) 반대는 38%에 그쳤다. 우크라이나 헌법상 영토 변경 승인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한편 현실주의 국제정치학계 석학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종신)교수는 우크라이나전쟁 관련해 일관되게 서방의 책임을 꼬집으며 비판해 온 인물로 그간 주류 언론에 외면 당해 왔다. 소련 해체 후 ‘나토 동진’ ‘미·EU의 우크라이나 민주화(서방화) 지원에 의한 친러 정권 타도’ 등이 러시아에겐 “생존 위협”으로 인식됐고 이로 인해 전쟁이 촉발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서방의 공격성이 부각된 나폴레옹 전쟁과 나치 침공 등 역사적 팩트만으로도 ‘러시아의 영토 야욕·침략 본능’ 지적이란 서방의 전형적인 편견에 기반한다는 평가가 더 설득력을 띠게 됐다.
일찍부터 전쟁 발발 위험성을 경고한 미어샤이머 교수는 그간 유튜브 강의 등을 통해 이런 측면을 강조하며 냉정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일깨워 왔다. 트럼프에 우호적인 인물이 아닌 미어샤이머 교수조차 우크라이나 해법에 한해선 적극 트럼프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미 매체 뉴요커 3월11일자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 Q & A 코너에서 미어샤이머는 “그(트럼프)가 하는 일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전쟁 즉각 중단이 전략적으로 타당하며 도덕적으로 옳다”고까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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