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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82일 만에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다. 25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한미동맹의 미래뿐 아니라 한국 경제·안보 지형에 직결되는 굵직한 현안들이 걸려 있어 양국 모두에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광복절 성명을 통해 “이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와 협력하길 고대한다”며 “한·미는 없어서는 안 될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동맹 강화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이 대통령의 첫 방미를 앞둔 의도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백악관 역시 회담 의제를 △한반도 비핵화 △첨단기술·핵심광물 협력 △경제안보 파트너십 강화로 명확히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의 ‘거래적 외교’ 스타일을 감안할 때, 실질적 이슈는 더 까다로울 수 있다.
동시에 미국 내에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드러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 보수 논객인 고든 창 변호사는 전날 의회 전문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 대통령을 “다분히 반미 성향을 지닌 인물”이라고 규정하며, 한미동맹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축소, 오산기지 급습 사건 등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의 안보관에 의문을 제기했다.
관세 폭탄 예고…반도체 최대 변수
안보 청구서와 ‘경제공동체’ 논리
25일 백악관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풀어야 할 외교·경제적 난제들은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다음 주나 그다음 주 반도체와 철강 관세를 설정할 것”이라며 최고 300%까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는 삼성·SK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총 370억 달러)에 기대고 있지만, 구체적 면제 기준은 아직 불투명하다.
대만 TSMC조차 추가 투자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더 내놓으라’는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전쟁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가늠할 계기가 될 것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포함된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방미해 국익 중심의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 △한반도 유사시 미군 역할 확대 등 민감한 의제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1기 집권 시절에도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집요하게 요구한 전력이 있어, 이번 회담에서도 방위비 증액 압박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 빈도가 높아지고,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워싱턴은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를 강하게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대통령은 선거 공약에서부터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를 강조해왔다. 취임 이후에도 ‘9·19 군사합의 복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남북 대화 복원을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문제는 워싱턴이 이를 ‘대북 유화책’으로만 해석해 자칫 동맹 균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 매체 인터뷰에서 패트릭 크로닌 미국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의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와 경제 협력의 기반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양 정상 간 지속적인 소통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미 경제공동체를 공고히 하는 한편, 동맹의 현대화를 통해 미·중 전략 경쟁 속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두연 CNAS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정상회담 핵심을 ‘전략적 유연성과 동맹 현대화’로 꼽았다. 그는 글로벌한인연대에 “미국은 중국을 ‘진전되는 위협’으로 보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평시엔 대북 억제에 집중하되, 필요시 일부가 대중 억제 임무로 유연하게 전환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군 병력은 줄더라도 5세대 전투기 등 첨단 무기 배치로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북한 억제에 필요한 규모의 미군을 유지하는 동시에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해 미국의 방위 공약을 재확인받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겐 핵심 사안만 큰 틀에서 논의하고 나머지는 실무선에서 조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워싱턴선언과 캠프 데이비드 합의의 이행이 보장된다면 이번 회담은 성공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캠프데이비드 회동의 중축을 잇는 일본과의 관계도 중요한 대목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미국행에 앞서 23일 도쿄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취임 이후 첫 한일 정상 간 만남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순탄치만은 않다. 최근 일본 각료들이 잇따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 과거사 갈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외교부는 “깊은 실망과 유감”이라고 공식 성명을 냈다. 또, “일본이 과거사에 겸허히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양국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패전 80주년을 맞아 ‘반성’을 언급한 이시바 총리의 추도사와 달리, 각료들의 행보는 한국 여론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안보 협력 △대중국 대응 전략 △수출 규제 완화 등 실용적 의제가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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