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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새벽 일본·미국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귀국 직후 그는 곧바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하라고 지시하며 협치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도착 직후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을 즉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동을 두고 “과거 권위주의적 정치문화에서 쓰던 ‘영수회담’이 아닌,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표현이 맞다”며 용어 사용을 바로잡았다. 이는 단순히 회동 형식을 넘어서 이 대통령이 ‘권위적 정치’에서 벗어나 보다 수평적인 소통을 지향한다는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회동 추진을 두고 이 대통령의 국정 조율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간 극심한 대립 속에서 협치와 개혁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은 이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현 시점에서 협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향후 국정 운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도 이 대통령은 순방 중에도 협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 24일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야당 대표라면 누구와도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여야 관계 경색 속에서도 제도권 정치 지도자와의 직접 소통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 대통령의 초청에 대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전날 우상호 정무수석의 예방 자리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실질적 만남이 돼야 의미가 있다”며 “단순히 의례적인 만남을 갖는 것이라면 큰 의미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통령과의 회동이 정치적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되고, 야당의 입장을 정책에 반영할 구체적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는 조건부 메시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 앞에는 국내외 복잡한 현안들이 놓여 있다.
우선 대외 현안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외교적 과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과의 후속 협상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통상 의제 후속 조치 △미국이 압박하고 있는 한국산 철강·배터리·자동차에 대한 관세 문제 △쌀·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 여부 △5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 세부 조정 등이 핵심 난제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직접 언급한 미·북 대화 재개 문제는 이 대통령에게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 간 공조 틀 속에서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내야 하지만, 미국 대선 국면과 북한의 대외 메시지를 고려할 때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일본과의 현안도 민감하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위안부 합의 등 과거사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국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 역시 단기간에 타결하기 어려운 의제로 꼽히며, 한·일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돌파해야 할 ‘암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정치 현안 역시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들이다. 내달 1일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다. 여야 협상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경우 예산안 심사·의결이 연말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조직 개편안도 논란거리다. 기획재정부 분리,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굵직한 개편 구상이 거론되고 있으나, 여권 내 이견과 야당의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 여당이 추진하는 굵직한 개혁 입법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민주당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다음 달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대통령실은 속도 조절 필요성을 내비치고 있다. 언론개혁 역시 방송법 개정과 언론중재법 강화 등 첨예한 대치가 불가피한 사안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과 국회 협상력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청 폐지·중수청 신설’ 등 검찰개혁 법안과 언론개혁 법안에 속도를 붙이려면 정부·여당과의 조율이 필수다. 여기에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개정,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민감한 경제·조직 개편 문제도 겹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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