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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지분 인수를 시도할 산업으로 반도체에 이어 조선업이 지목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7일(현지 시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 지분 확보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엔비디아에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지금 논의할 대상은 아닌 것 같다”며 “하지만 다른 산업들, 조선업처럼 우리가 재편해야 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런 부문을 베센트 장관은 “미국이 자급자족해야 할 대단히 중요한 산업들” “그런데 지난 20·30·40년간 방치됐던 것들”로 짚었다.
트럼프정부에선 반도체법에 근거한 인텔 보조금을 비롯해 총 111억 달러를 투자하고 그에 상응한 지분 10%를 확보하기로 한 상태다. 이후 다른 핵심 산업에 속한 미국 기업도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드러냈으나 아직 구체적인 부문까지 확정되진 않았다. 전날 CNBC방송 인터뷰에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미 방산업체 지분 확보 고려 중임을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방산업체 지분까지 가져야 할지 모르겠다. 미군에 (제품을) 충분하게 적시 인도하나, 주주 이익을 너무 강조하진 않나 들여다보겠다”고만 답한 가운데 러트닉 장관이 “방위산업 관련해 엄청난 논의가 있다”며 새삼 정부의 지분확보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러트닉 장관은 “록히드마틴 매출 97%를 미국 정부가 만들어준다. 사실상 정부의 한 부문”이라며 “하지만 경제성은 어떤가. 국방장관과 차관에게 (그 판단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는 ‘미 정부가 (AI방산기업) 팰런티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니 지분을 원한다, 보잉 서비스를 이용 중이니 지분을 원한다고 말 못할 이유가 있겠나. 적정선이 어디냐’는 진행자 질문에 답변하면서 나온 내용이다.
트럼프정부 인사들은 전임 정부 때 생긴 반도체법 근거 보조금을 “대기업에 거저 돈 주는 것”으로 본다. 러트닉 장관의 이날 언급은 반도체법 보조금과 비슷한 방식으로 정부와의 계약이 매출의 주를 이루는 방산기업 지분까지 확보할 수 있으며 현재 국방부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의 민간 기업 지분 인수 시도를 두고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랜드 폴(켄터키·공화) 연방 상원의원이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보낸 성명에서 “오늘은 인텔, 내일은 미래 상무장관이 통제하기로 결정한 어떤 산업이든 될 수 있다. 보수 진영에서 이런 행보를 지지한다면 향후 정부가 민간 부문 소유권을 어떻게 확대할지 민주당에 청사진을 넘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과 보수 성향 인사들은 이를 “사회주의 내지 국가자본주의”로 비판하며 미국의 전통적인 시장 중심, 최소 정부 개입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우려했다.
폴 의원은 공화당 내에서도 자유시장주의 신념이 강한 인물로 통한다. ‘정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게 사회주의라면 정부의 인텔 지분 일부 소유도 사회주의를 향한 한 걸음 아니냐’는 폴 의원 주장이 여러 주요 외신의 제목을 장식했다. 워싱턴DC에 본사를 둔 케이토연구소 등 자유시장주의 싱크탱들 역시 트럼프정부의 기업지분 확보가 시장 왜곡, 기업의 자율성 약화, 정치적 이득 추구 가능성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을 AP·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당일 보도로 자세히 다뤘다. 심지어 로이터에선 “순수 자본주의에서 국가개입 시대로 이동 중”이라는 전문가들 해석을 전했다.
한편 정부 방침 옹호 발언도 나왔다. 보조금이야말로 사회주의적이며 이미 전임 정부 때 생긴 법 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 현 정부가 해당 기업 지분을 요구한다는 논리다. 반도체·전기차 보조금이란 바이든정부 시절 생긴 법률에 의거하기에 트럼프정부도 어쩔 수 없다. 의회를 통과한 법률이므로 개정엔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 당분간 보조금이 집행돼야 한다면 정부가 해당 기업의 일부 소유권(지분)을 가져 균형을 잡아야 한다, 즉 기업에 제공된 ‘공짜 돈’을 ‘회수 가능한 투자’ 형태로 바꾸면 기업이 성장할 때 정부(=납세자)도 이익을 얻게 된다고 본 것이다.
랜드연구소나 일부 경제학자들 또한 단순 보조금보다 ‘투자를 통한 지분 확보 방식’이 훨씬 투명하고 책임성 있는 산업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테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회의장 지명자도 언론에 트럼프정부의 인텔 10% 지분 확보를 “책임 있는 납세자 투자”라며 환영했다. 유럽·아시아에선 국가가 주요 산업 기업에 직접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가 흔하다.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EDF)·독일(폭스바겐 지분 일부)나 싱가포르의 테마섹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 논란은 자유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한동안 국가개입 필요성이 힘을 얻었다가 조정되면서 벌어진 진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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