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들이받은 콜롬비아, 마약퇴치기금 7000억 원 날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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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 “코카인 남미산이라서 불법… 위스키보다 덜 해로워”
코카잎 재배 10% 증가·코카인 53% 급증에 국제사회 우려 고조
현지 첫 反美정상, 美 지원 없이 마약카르텔 위협 견디기 어려워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07 15:23:35

▲ 지난달 22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제5차 아마존 정상회의 때 구스타보 페트로(가운데) 대통령이 주최국 정상으로 연설한 후 주요 회원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왼쪽), 볼리비아의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과 얼싸안고 있다. 정치 성향이 비슷한 인물들이다. 좌익 게릴라 출신의 페트로는 현지 최초의 반미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왔다. EPA

미국 정부가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정부에 5억 달러(7000억 원 상당) 상당의 마약밀매 퇴치 예산 지원을 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라틴아메리카 내 전통적 친미국가였던 콜롬비아에서 2022년 8월 한때 좌익 게릴라였던 페트로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반미친중으로 기울어졌으며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후엔 한층 각을 세워 왔다. 트럼프 역시 강하게 대응하고 있어 향후 전망에 눈길이 쏠린다.

6일(현지 시간)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와 엘에스펙타도르가 다음주 중 콜롬비아 군·경찰 수뇌부의 워싱턴DC 방문 계획을 전했다. 미국 측과 안보·치안 분야 협의를 위한 것이며 이는 마약 코카인 생산·유통 차단과 마약밀매 카르텔 억제 명목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받던 거대 예산에 위험 신호가 들어왔다는 위기감을 반영한다고 현지 매체들이 지적했다. 미국은 그간 콜롬비아를 마약퇴치 협력 파트너로 삼아 필요한 관련 자금을 지원해 왔으나 페트로 집권과 미국의 트럼프 재집권 이래 변화가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콜롬비아는 최초의 좌파 정부인 페트로정권 출범 직후 미국 주도의 마약재배농가를 겨냥한 강력한 군경 단속 대신 해상을 통한 마약밀수 차단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틀을 전환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 논리로 미국 등 선진국의 마약 수요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의 이런 접근법이 그다지 효과를 못 봤다는 게 국제 사회의 평가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콜롬비아 코카잎(코카인 원재료) 재배 면적이 전년보다 10%나 증가했으며, 수확 시 달성 가능한 최대 생산량은 2664t으로 53%나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그런데도 페트로 대통령이 몇 차례 “코카인은 위스키보다 나쁠 게 없다” “코카인이 불법인 이유는 남미에서 만들어졌기 때문” “코카인 합법화가 밀매시스템 해체에 더 유리할 수 있다” 등의 도발적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1월 말 미국발 불법이민자 송환 항공기의 착륙을 거부함으로써 트럼프 정책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격분한 트럼프가 25% 관세 부과와 1주일 후 50%로 올릴 것을 선언하자 페트로는 ‘맞불 관세’로 맞서겠다고 하더니 9시간 만에 철회했다. 콜롬비아·미국 간 자유무역협정(2012년)으로 그때까지 무관세였으나, 4월 상호관세 10%였던 것이 이처럼 정치적 문제로 폭탄관세로 치솟았다가 지난달 18.6%로 조정됐다. 작년 기준 미국~콜롬비아 간 무역은 각각 약 187억 달러 약 154~184억 달러로 비슷한 규모지만 비중 차이가 크다. 미국 전체 수출에서 콜롬비아 비중이 1% 미만인 반면 콜롬비아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30% 전후에 이른다.

2일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마약운반선을 격침한 미군을 겨냥해 “살인 행위”라며 “역내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킬 모든 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중남미 국가들 성명 발표를 주도한 것도 페트로였다. 엘에스펙타도르는 “트럼프정부가 미국에 삐딱한 페트로 대통령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게 미 정·관계 쪽 시각”이라며, 미국에서 지원을 중단할 경우 최근 마약밀매 집단의 테러에 시달리는 페트로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FP통신에선 미 정부가 15일까지 콜롬비아를 마약퇴치 협력국가로 계속 인정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마약운반선 직접 타격에 대해 “카리브해 마약밀매 차단을 위한 미국의 수십년 접근 방식과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며 “지금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집결한 함정에선 지대공 미사일을 포함, 대공·대잠 작전과 탄도 미사일 요격 등을 펼칠 만한 화력을 가졌다”고 짚었다. 또 NYT는 군사 역사학자들이 2만 명 이상의 미군을 동원해 파나마 정권교체를 했던 20세기 말 상황과 최근 긴장 상태를 오버랩한다면서, “현재 베네수엘라 상대로 육상을 침공할 정도의 병력을 배치한 건 아니지만 현장 특수부대가 여러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이는 1990년 미국이 파나마의 실권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마이애미로 압송해 마약밀매·돈세탁 혐의로 40년형을 선고(이후 감형)한 사건을 가리킨다. 노리에가는 2010년 형기 만료 후 프랑스로 송환해 돈세탁 혐의로 추가 수감됐으며, 2011년 파나마로 송환돼 1980년대 정치범 살해 혐의 등으로 60년형을 받아 복역 중 2017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미국 군사 개입에 의한 주변국 정권 교체의 대표 사례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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